메뚜기라
십년 전이다.
대전에 거주하는 불공정 퇴직 동기들이 실업급여 신청을 하기 위하여 둔산동에 있는 고용센터에 갔다.
정해진 기간 내에 퇴직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고용센터가 뭘 하는 곳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른 채 가야 한다니까 간 것이다.
그리 높지 않은 고용센터 사무실 건물에 들어가서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민원 창구가 상당히 넓었다.
거짓말 좀 보태서 축구장만 했다.
거기에는 독서실처럼 번호를 매긴 상담창구가 몇 개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었다.
민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자기 번호가 호출되면 그 창구로 가 앉아서 공무원과 상담하고 일을 처리했다.
절차와 처리는 비교적 간단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또 놀란 것이 있다.
민원인들이 앉을 자리가 없이 서성거리며 대기하는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 멀쩡한 사람들이었다.
실직자라고 보기 어려운 나이 또래의 청춘 남녀들이 대부분이었다.
정년퇴직한 우리가 볼 때는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상담을 마치고 일어서다가 담당자한테 물어보았다.
안내판의 설명서를 보니 실업자들이 실업급여인가를 신청하러 오는 것이 주요 민원인 거 같은데 젊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이상하다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공무원은 힘도 안 들이고 웃으면서 간단하게 설명해줬다.
그들은 고용보험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시는 분들이라며 실업수당을 받다가 기간이 종료되면 취업하고, 일정 기간 취업한 후에 다시 퇴직하여 실업수당을 받는 것이라며 기간과 돈 계산이 정확한 분들이라 했다.
바로 감이 잡혔다.
언더스탠(Understand, 이해), 수고하세요.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채고는 그렇게 인사하고는 나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안 보여도 좋은 것도 많다.
모르고 안 보이면서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법을 모르고 순리대로 살면 차라리 속이 편하다.
그런데 법을 너무 잘 알아 법 기술을 부리며 살자니 본인들이 언제 되치기당할지 몰라 근심 걱정하느라 머리털 다 빠진다는 소리 하고도 맥을 같이 하는 말이다.
메뚜기 실직자란다.
SNS도 제법 하고, 아이들이나 쓰는 금시초문의 신조어에 대해서도 웬만큼 아는 편인데 그런 말은 처음이다.
그런데 등하불명(燈下不明)이었다.
그 말은 일찍이 십년 전에 봤던 고용보험을 최대한 잘 활용한다던 그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철새 정치인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철새든 메뚜기든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니 그럴 것이다.
편법이라고 볼 수는 있을지 몰라도 불법은 아니니 입도선매식으로 도매금으로 넘겨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당사자들도 법 위에 있어야 하는 도덕과 상식을 좀 생각하여 판사로부터 판결을 받는 구속보다 이웃으로부터 받는 시선이 더 따갑고 아픈 구속이라는 것을 알고 처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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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