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어제 계룡(鷄龍) OB 회동에서는 여러 가지로 엇박자가 났다.
술잔을 부딪치며 브라보를 외쳤는데 현실 문제에 관한 각론 대화가 이어지면서부터는 의견을 달리했다.
사사건건이 혼전 양상이었다.
의견일치가 되는 것도 있었고, 의견 분열이 되는 것도 있었다.
OB는 나이상으로 몇 년간의 차이가 있긴 하나 대체로 보수층이다.
전쟁 세대, 반공 세대, 권위주의 세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동시대인들로 쉽사리 의견이 모아질 법도 한 데 아니었다.
꼰대 특유의 옹고집이 발로되는 것 같지는 않았고, 심각하지도 않았다.
가볍게 끝났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면서도 무리 없이 졸하 좋아로 통하던 OB가 나이 들어가면서 사분오열하는 것은 줄어드는 술량만큼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어제 나온 얘기 몇 가지를 추려본다.
첫째, 에너지 문제였다.
신재생이나 원자력이냐인 것이었다.
에너지 주역들로서 당연한 관심사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자 진보 정권에서 역점을 두어 추진하던 신재생 에너지를 축소하고 진보 정권에서는 찬밥 신세이든 원자력 에너지를 확충하는 것에 대하여 이견이 있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OB 들인지라 당연히 원자력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퇴직 한 참 후부터 급성장하는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어야 그림 구도가 맞는데 그게 아니었다.
태양광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신재생 에너지를 찬성하는 OB, 동일본 원전과 북한 핵 문제 등 트라우마로 원자력을 반대하는 OB로 나뉘었다.
둘째, 신당역 불행한 사건에 관한 걱정이었다.
요즈음 세상이 왜 이렇게 흉폭해지고 있는지 개탄스럽다며 법이 더 엄격하게 적용되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OB, 법이 강화된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더 할 수도 있으니 그런 범죄자들에 대한 효율적인 통제와 관리가 필요하여 규제를 풀 것은 풀고 조일 것은 조여야 한다는 OB로 갈렸다.
셋째, 복지 문제였다.
직접적인 얘기를 나눈 것은 아니나 같은 맥락의 소리가 나왔다.
돈을 너무 많이 풀어 재정이 악화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어 빚쟁이 나라가 되겠다는 OB,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불가피한 재정 투입이었으나 재정 상태는 외국에 비해 양호한 편인데다가 경제 위기는 세계적인 추세이니 이럴 때일수록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와 부자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OB로 나뉘었다.
넷째, 정치인 평가였다.
OOO 같은 사람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OB, XXX 같은 사람은 안 보였으면 좋겠다는 OB로 맞섰다.
OOO와 XXX는 진보와 보수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중도에서 볼 때는 어느 편이나 난형난제다.
치고받으면서 상처도 나고 성과도 나는 것이니 내버려 두고 우리 할 일이나 하자는 투였다.
다섯째, YB 시절 문제아들에 애한 회고였다.
생각은 좀 잘라 보였지만 의견이 갈린 것은 아니었다.
문제를 일으킬만한 사유가 있으니까 말썽을 부려 여러 사람을 괴롭혔겠지만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고 어려웠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살면서도 비상하게 돌아가는 머리는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아들에 대한 회고였다.
마지막으로, 다 일정 비율로 의견이 갈라진 것은 아니었다.
만장일치로 의견 통일을 이룬 것도 있었다.
역시 보수에 길든 OB 들다웠다.
즉, 5.16 때의 재건대나 5·18 때의 삼청교육대를 소환하여 전 분야에 걸쳐 대대적인 청소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늦은 밤 3차까지 이어진 아기자기한 월평동 밤거리였다.
YB 시절에는 자신을 중산층이다, 그 이하다, 그 이상이다 하면서 자신의 신분 세탁을 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무슨 층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등외 층일 수도 있다.
그래도 전문 인력들인지라 또, 멸공 봉사의 기운인 남아있는 건전한 시민들인지라 재취업 상태에 있으니 복 받은 OB 들이다.
아침 미사를 다녀와 어젯밤을 되돌아보니 국가와 국민을 걱정하는 것도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레를 뒤에서 밀기나 해야 할 라떼 그룹이 수레바퀴를 붙잡는다던가 수레를 이끌려고 하면 분명 튀는 소리가 날 테니 명심에 명심하여 나서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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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