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궁지로 몰리면 순간적으로 자기 방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코너로 몰리면 그를 벗어나기 위하야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모면하려는 것은 본능이다.
남들에게는 어떤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게는 그게 사지일 수도 있다.
내가 당장 사느냐 죽느냐 하는 촌각의 상황에서 다른 거는 필요치 않다.
체면과 명분이 무슨 소용이고, 과거와 미래가 무슨 소용인가.
영국 신사는 그를 두고 속물이라 할지 모르지만 내 목숨이 걸려있어 이성상실의 풍전등화 상황인데 양반이 뭐고 하인이 뭔가.
이성과 지성을 지키자.
좋은 소리다.
그러나 그 거는 선이 골고루 퍼져 평화로운 평상시에나 할 수 있는 말이지 악이 창궐하여 살벌한 전쟁 시에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세상은 일거수일투족이 정치이자 민생이다.
그거는 정치가 모든 것을 어우르며 지배한다는 정치인이나 위 전한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아래 전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그저 자기들 유리한 대로 편리하게 끌어다 쓰다 보니 실질적이고 희망적인 뭔가가 안 나오고 레터링(Lettering, 공갈 문자)에 머무는 것이다.
정치하지 마라.
민생을 먼저 챙기자.
수도 없이 듣는 소리다.
특히 공방을 벌일 때 그렇다.
이론상으로는 맞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니다.
서로 위치를 바꿔가면서 립서비스(Lip Service, 공갈 언어)하는 것이다.
찌든 프레임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호도되어 가는 것 같다.
안 그러면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에 자신도 모르게 그에 빠져 들어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는 것 같다.
양치기 소년을 양치기 소년이라 하지 못 하고 넘어간다.
알 만한 사람들이다.
그래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다.
헌데 왜 그럴까.
일정 부분 이해를 하면서도 아닌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크게 바랄 것이 없다.
그런다고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지 않은 때라는 말을 자주 안 썼으면 좋겠다.
너무 큰 짐을 지고 한발자욱도 못 움직이는 것보다는 가볍게 지고 먼 길을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서로를 응원하며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삐딱선을 타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레터링과 립서 비스의 정치와 민생에서 벗어나야겠다.
개념조차 흐릿해진다.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니 괴롭히지 않기를 바란다.
다급하다고 해서 또다시 국가와 국민을 볼모로 삼고 고성방가를 하는 퇴행은 없었으면 한다.
누군가는 누군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으면 한다.
좀 나은 위치에 있다고 해서 자기 앞도 못 가리고 허둥지둥하는 것을 외면하면 상식과 도리에 어긋난다.
아이러니컬하지만 남의 궁지가 나의 궁지가 될 수도 있음을 알고 함께 뒤돌아보고 더 나은 것을 향해 나아가길 희망한다.
다들 어렵다.
창을 던지는 사람도, 방패를 올리는 사람도 어렵다.
편을 갈라 응원하거나 야유하는 사람도 어렵다.
병아리 감별사처럼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사람도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는 쉽다.
다들 잘못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잘 되기 위해서 그런다는 것을 이해하고 동행하는 것이다.
맘먹기에 따라 누워서 떡 먹기이고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울 수도 있다.
내가 더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선뜻 그러기는 쉽지 않을 테지만 맛들이다 보면 마당 쓸고 동전 줍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프레임이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코너(Corner)로 몰리는 것은 싫고, 중심(Center)에 서는 것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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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