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다
갈수록 쪼그라든다.
시간이 더 할수록 쭉쭉 퍼지던 때가 있으니 정점을 돌면서 쪼그라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게 남의 일이 아니고 내 일이다 보니 스산한 바람과 함께 옷깃이 여며진다.
어제는 문화동(文化洞 )학교(충남기계공고) 불공장(한국전력) 대전지역 동문회가 있었다.
30여 명이 참석했는데 YB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OB였다.
탄방동 K 뷔페 작은 방도 하나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빈 테이블들이 몇 개 있을 정도로 썰렁했다.
그나마 아직도 객기가 좀 남아있는 재담꾼 동문이 있어 싸늘한 분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몇 년 안 됐지만 큰 방도 좁아 작은 방을 추가로 예약하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왁자지껄에 흥청망청도 없었다.
사회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쪼글쪼글 쪼그라들어가는 목에서 우렁찬 소리가 나올 수 없고, 뭘 잘 못 먹거나 과식하면 탈이 나서 고생을 한다.
그때 그 시절처럼 내일 당장 삼수갑산을 가도 좋다면서 붜라 마셔라 할 수가 없다.
자중자애하라는 성화가 아니어도 알아서 꼬리를 내린다.
그래도 짹이다.
차마 그를 내색할 수는 없다.
안 그런 척하면서 억지 표정을 지으려니 몸과 맘이 편하질 않아 시간도 길게 끌지 못한다.
나는 먼저 가니 즐겁게들 놀다 오시라는 인사를 하고 하나둘 떠난다.
나중에는 좀 덜 쪼그라들고 좀 혈기가 남아있는 선수들만 몇몇이 남아 한 얘기 또 하고 하는 주당의 시간을 갖는다.
스테이크 한 조각, 피자 한 조각, 생선회 몇 점, 김밥 두 개, 김치 몇 점, 가락국수 한 그릇을 안주 삼아 콜라를 곁들인 소맥 폭탄 몇 개 터트리고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눈치를 살피다가 슬쩍 나왔다.
시청에서 갤러리아로 이어지는 향촌길을 걸었다.
분주하지 않은 밤길이 좋았다.
관련 업체 비상근으로 근무하면서 진잠의 작은 농장에 안 심은 거 없이 심고 가꾸며 소일하는 C 아우님과 버스 정류장까지 동행하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눴다.
OB들이 하는 단편 일률적인 인사말이다.
일도 돈도 다 필요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쓰면서 건강하게 살자는 것이다.
좋은 말이라 동의하면서도 거짓말이 썩어 있다는 것도 부정하지 못한다.
일도 하고, 돈도 벌어서 쓰고, 즐기기도 하며 건강하게 지내면 더 좋은데 그럴 여건이 안 돼서 못하는 것을 그런 말로 자신을 위안하는 것이다.
백수이거나 백수에 가까우면서도 그를 자인하기는 싫어 바쁘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 안 해도 안 바쁘다는 것을 다 아는 터이니 각자 알아서 자기 신상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데는 다들 의견을 같이한다.
물론 다른 OB 분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정해진 목표의 6070운동을 다시 한번 되풀이했다.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1960년대 1970년대 인가가요도 찾아 몇 곡 들었다
쪼그라들더라도 더 깊고 빠르게 쪼그라들게 놔둘 것은 아니다.
감정이 좀 무디어졌을지라도 감수성을 잊게 놔들 것도 아니다.
잘 살고 못 살고는 뒤에 생각하더라도 할 것은 해야 하는 것이 자신과 가족과 이웃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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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