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동치 동무

Aphraates 2022. 11. 20. 17:37

고금리에 고물가라고 한다.

이마트에서는 획기적인 세일을 하여 대형 사고가 우려될 정도로 인파가 몰려 잠시 문을 닫기도 했단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갸륵한 열의와 정성을 봐서라도 물가가 잡혀야 할 텐데 걱정이다.

 

다 고공 행진을 하는 것은 아니다.

치솟는 것이 있다면 내리꽂는 것도 있다.

 

아파트값이 그렇다.

영끌로 대출받아 알캉달캉 집을 장만한 사람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 폭탄 때문에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집을 내놓는 실정이라는데 입질조차도 없단다.

자고 나면 아파트값이 쑥 올라 있어 안 먹어도 배부르던 것이 자고 나면 썰물 빠지듯이 쭉 빠져 있어 집이 안 팔린단다.

주인은 자구책을 찾아야 하는데 헐값에 매각하는 방법 이외는 뾰쪽한 방법이 없어 보이고, 정부는 구제책을 찾아야 하는데 아래 돌 빼다가 위에 쌓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시장 논리를 주장하는 것 이외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여 시름이 깊어진단다.

 

없어서 못 팔던 것이 졸지에 초라하게 되는 것도 있다.

일부 농산물이다.

 

5들이 제주도 산 감귤 한 박스가 만 원 이하다.

혹시 맛없는 것이어서 헐값에 파는 것인가 하면 오판하는 거다.

맛없으면 즉시 반품 처리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어림도 없고 싱싱하고 달콤한 귤 값이 폭락해서 그렇단다.

 

한 달 전만 해도 금치에 금무라고 하던 것이 천덕꾸러기가 됐다.

귀할 때는 아무리 단골손님이라도 식당에 가서 김치 좀 더 달라고 하면 주인 돈을 빼앗아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실례이자 피차 입장곤란한 것이라 했었다.

지금은 금()치가 동()치로, ()무가 동()무 이하로 추락했다.

어디를 가도 크고, 실하고, 단단한 배추와 무가 지천이다.

좀 가져가라고 하면 실례이니 알아서 현지처리라는 것이 좋단다.

 

지난 목요일이다.

본가에서 방아 쪄 놓을 테니 쌀 좀 가져가라고 하셨다.

대답하기 전에 쌀값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형편없다고 하셨다.

다른 것은 다 올라서 야단인데 쌀값은 떨어져서 야단이라며 대전 집에도 아직 제법 남아있으니 다음에 가져가겠다고 하였다.

그럼 배추와 무라도 좀 가져가라 하셨다.

논산 친구네서 김장 좀 해줬고, 집에서도 조금 했으니 다음에 가져가게 창고에 얼지 않게 놔두시라고 했다.

 

오늘 추수감사절 미사 후에 당진 무를 몇 다발 가져왔다.

할 거 다 해서 더 이상 필요치는 않다.

하지만 가톨릭 농민회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이라며 판매를 의뢰한 것을 그냥 말 수는 없었다.

여기저기서 교우님들께서 지금 처치 곤란한 것이 배추와 무인데 저러니 어떻게 하느냐며 몇 다발씩 가져가시는 것 같았다.

 

집에 왔더니 예산 형수님이 전화하셨다.

오늘 김장을 하고 배추와 무를 남겨 놨으니 겉절이도 가져갈 겸 해서 한번 들리라고 하셔 그러겠다고 했다.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지난 몇 달 동안 비싸서 먹지 못한 배추김치와 무 김치가 싸졌으니 이번에 못 먹은 것 이상으로 먹자는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

그게 잘 된다면 어려운 농촌과 생산자를 돕자는 차원이 아니라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하자는 차원이니 마당 쓸고 동전 줍는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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