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복

 

영토회복 문제라면 한민족(韓民族)의 한반도(韓半島)다.

평화통일이냐 무력통일이냐 하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우리들의 남북통일(南北統)만큼 절실하게 요구되는 영토회복 문제는 없을 것이다.

헌데 그게 아니었다.

그건 우리들 입장에서만 본 것이었다.

지구촌 여행기(旅行記)를 읽다 보니 그런 면에서 남미의 볼리비아 영토회복을 우선으로 꼽고 있었다.

우리 남북문제를 먼저 얘기하는 것이 아니어서 좀 의외였고, 조금 못 마땅하기도 했다.

하지만 떨어진 것을 하나로 만들고자 하는 국민들의 염원은 그들이나 우리들이나 조금도 다를 바 없을 테니 크게 못 마땅해 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 보다는 한번 무너진 것을 다시 쌓으려면 얼마나 많은 수고와 비용이 들어가는 지를 계산하여 준비하고,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완성이 가능한 것이지 혼신의 힘을 다 한다고 해서 되는 난제(難題)라는 것을 걱정하고, 바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니 백약무효(百藥無效)라는 식으로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초지일관(初志一貫)으로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한다.

 

어제는 구역회(區域會)에 다녀왔다.

몇몇 안 되는 구역원들이 모여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구역의 재건 방안에 대해서 좋은 얘기들을 많이 나누었고, 동참하기로 했다.

그런 다짐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아직도 그러고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구역원 들 자신들을 위해서 추락한 위상을 재건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노력들을 하고 있으니 점차 나아질 것이다.

우리 12구역은 성당 13개 구역 중에서 가장 잘 나가는 구역이었는데 십 년도 안 되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전체 흐름이 일어나는 분위기라기보다는 가라앉는 분위기인 상태에서 다른 구역과 마찬가지로 침체되는 것을 막을 길은 요원한 듯 하지만 너무 앙상한 모습으로 되어 가고 있어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채찍질 해야 할 판으로 허망하고 서운한 것은 사실이다.

 

열심히 뛰고 있는 구역장님과 총무님을 격려하면서 내 년에는 우리 모두 똘똘 뭉쳐서 잘 해 보자는 결의를 다지고 들어왔다.

하루를 결산하고 인터넷 뉴스를 검색했다.

먼저 “高大 교수의회 첫 총회…학교위상 추락 대책 논의” 라는 제하의 기사가 눈에 들어와 자세히 읽어봤다.

거칠 것 없이 잘 나가는 대학으로 알고 있었는데 웬일인가 싶었다.

연세대와 함께 우리나라 사학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양대 기둥이지만 약간의 부침과 위상변화는 있는 것 같다.

그 대학이 한 때는 연고전(延高戰)에서 밀리는 듯 하다가 대통령까지 배출하며 약진하더니만 그런 내부적인 아픔이 있었다니 의외였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노래한 가수 설운도씨가 유세현장에 서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뜬금없이 그 모습이 떠오른 것은 방금 다녀 온 구역회도 마찬가지이지만 “잃어버린 5년”이니 “잃어버린 10년”이니 하는 말들을 함께 책임져야 할 우리 본인들이 반성은 뒤로 한 채 남의 일 인양 너무 쉽게 쓰는 것에 대한 반감이 아닌가 한다.

 

수복(收復)은 참 어려운 일이다.

수복은 엄청난 대가를 필요로 한다.

일어버린 세월을 되찾는다, 빼앗긴 땅을 되찾는다, 잃은 돈을 복구한다, 밀려난 위치를 회복한다, 탕진한 가산을 일으킨다, 추락한 위신을 되세운다, 망가진 자신을 회복시킨다, 일그러진 얼굴을 복원한다, 나간 정신을 되돌린다, 화려했던 과거를 되살린다, 떠나간 사람을 되돌아오게 한다......., 그러려면 처음 하는 것보다도 몇 배는 더 들여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어떤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해야 하는 것은 그나마 안 하면 영영 사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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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