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by Aphraates 2017. 10. 1.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다른 할 일들이 산적해 있어도 또, 좋은 것이 많다 할지라도 우선 내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서 하게 되는 것이지 배 쪼르르 굷어가면서 다른 일을 먼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역간의 속물근성(俗物根性)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게 자기감정에 충실한 것도 진솔한 삶이 아닌가 한다.

 

9월의 발자취를 정리하고 10월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일정이 어떤지를 생각해보았다.

10일간의 연휴가 앞을 떡 가로 막고 있다.

속박하는 것이 아니기에 얼마든지 충분히 넘나들 수는 있지만 그럴 것 까지는 필요치 않은 장애물처럼 느껴졌다.

황금 중에 황금 같은 연휴를 즐기기 위하여 인천 국제공항은 하루 출국 객으로는 최고치를 갱신했다는 소리이고,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돼 있는 추석 귀향 객도 주말 수준으로 한가했다는 언론보도이고 보면 기가 막힐 수준의 연휴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연휴는 무슨 연휴냐며 평상시보다도 더 바쁘게 일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고, 하늘만 바라보면서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근근한 처지의 사람들도 있고, 미당 선생처럼 아무런 변화 없이 일상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무덤덤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테지만 그런 거야 어디까지 일부인데다가 그들 역시 자기 생활을 하는 권리가 주어진 것이니 땀흘려가면서 북새통의 길을 헤집고 다니지 않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하다.

 

연휴 기간 중에 국경일만도 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의 날도 있어 행사와 축제의 계절이 있어 그 의미를 잊지는 말아야 할 텐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에 충실이라도 하듯이 다 뭍혀버리는 듯 하다.

그렇다고 그 날들을 정령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 것이니 미안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모처럼 맞이한 긴 연휴의 호재를 무의미하게 보내기는 싫을 것이다.

그를 만끽하는 것이 우선이니 다른 것에 한눈 팔 거나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무한 질주하는 것도 양해 해 주시리라 미루어 짐작해도 무리는 아닐 듯 하다.

 

시월을 여는 아침에 창문을 통해 밖을 보니 평소와 별반 다름없다.

주차장과 중앙 통로에 주차된 차들도 여전하고, 운동을 하러 오가는 노친들과 뚱보들의 발걸음도 다름없어 보인다.

승용차는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해외나장거리 여행을 떠났을 수도 있고, 너무 긴 연휴이다 보니 여유를 갖고 쪼개 쓰려고 아직 출발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기 때문에 차가 즐비하게 있고 거리가 한산해 보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찾아뵐 분들은 다 찾아뵀고, 만나야 할 사람은 다 만나봤으니 홀가분한 기분으로 미사에 참례하고 조상님들의 은덕을 기려야 하겠다.

연휴의 의미를 살릴 특별한 계획은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은 한가위 날 전후에 청양 본가(本家)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는 것으로 한가위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싶다.

원래는 추석 전에 계획한 일이 있었다.

40년 전에 제대를 한 전방 필승 부대 성당으로 가서 미사도 봉헌하고 작으나마 후배님들도 격려해 주고 싶었는데 뭔가 잘 맞지 않아 생각하는 즐거움으로 끝나고 말았다.

아쉽지만 할 수 없다.

다음에 대보라와 함께 임진강변의 휴전선(休戰線) 일대를 돌아보는 것으로 달래면 되는 것이니 너무 아쉬워 할 것은 아니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극찬하고, 부러워하고, 시샘하고  (0) 2017.10.04
원자력  (0) 2017.10.03
행복하시겠습니다  (0) 2017.09.30
J&P  (0) 2017.09.28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다  (0) 2017.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