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옷은 교복이에요.
아버지 옷도 교복이에요.
주야장천이었어요.
집에 계실 때도, 주무실 때도, 밥을 하실 때도, 일하실 때도, 장에 가실 때도, 결혼 집에 가실 때도, 누구를 만나실 때도, 성당에 가실 때도 교복 차림이에요.
교복도 교복 나름이지요.
요즘 그 흔해 빠진 짝퉁 명품 단벌 숙녀와 신사라면 그래도 할 말이 있을 텐데 그마저도 못 됐지요.
길거리표 루마 패션이에요.
그러니 옷에 대해서는 언급 회피에요.
어디 옷뿐인가요.
다른 것도 마찬가지예요.
어머니와 아버지 교복.
그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옷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어머니와 아버지.
사랑해요.
한없이 존경스러워요.
그래도 슬퍼요.
교복을 왜 고집하셨겠어요.
당신들인들 좋은 옷을 수시로 갈아입고 싶은 생각이 왜 없었겠어요.
형편이 안 됐던 것이지요.
갈아입으려야, 절약하려야 할 것이 없었던 것이지요.
돈을 써야 할 곳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평생을 그러고 사신 거예요.
형편이 좀 펴서 안 그래도 띨 때는 평생 길든 교복이 편해서 바뀌지 않았어요.
그 근성이 어디 가겠어요.
오늘도 여전히 예전 그대로 교복 차림이에요.
불쌍해요.
눈물이 나요.
잘 사신 것인지 못 사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많은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그렇게 사셨어요.
지금에 와서 뭘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고, 뭘 할 수가 있어요.
교복 차림으로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냐셨어요.
그 사랑과 은혜에 감사드리며 이 세상에서 못 입은 좋은 교복을 저세상에서는 맘껏 입고 훨훨 날아다니시게 해달라고 청해요.
註) 우리 어머니들, 아버지들이 다 그렇게 사셨어요.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닌데 교복 차림으로 열심히 살다가 아프다 말 한마디 없이 가신 문단의 작가가 “우리 애는 우리 엄마는 오늘도 교복이네!”라고 말한다며 웃던 것이 생각나고, 아직은 아닌데 졸지에 어머니를 여읜 딸 아이는 지금 어떤 맘일지를 생각하면서 저승에는 영원한 안식을, 이승에는 따뜻한 자비를 베풀어주시라고 매달리는 삼천포 향촌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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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