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휴전 회의가 있었다.
삼천포 내려와서도 종종 해 온 것이지만 어젠 회의가 끝나고 나니 유달리 옛 생각이 소록소록 났다.
휴전 회의는 전체적으로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을 하기 위한 사전 회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뀔 이유가 없다.
다만 바뀌었다면 정보화 추세에 따라 회의 자료와 방법이 업그레이드 되고, 지시나 교육 일변도에서 실질적인 방향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치도 바뀌었다.
퇴직 전에는 회의를 주관하고 지시하는 갑의 입장이었는데 퇴직 후에는 회의에 참석하고 지시를 받는 을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규정과 절차에 따라 휴전 작업을 잘 하자는 데는 갑과 을의 입장이 크게 다를 것이 없으나 하명과 수명의 수직관계는 정반대가 된 것이다.
수명(受命)에서 큰 문제는 없다.
수명자는 자기 영역의 차원이 아니라 더 높고 넓게 보는 위치에서 내리는 하명에 충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순명하는 게 옳다.
의견을 개진 것이 있거나 누락된 것을 보충하고 보다 나은 방법이 있다면 건의와 조언을 하면 되는 것이기 치열하게 논쟁할 정도의 사안으로까지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 나아간다면 각기 품질안전 기법인 PDCA Cycle (plan–do–check–act 계획-실행-점검-행동)에 적합성을 부여하여 진행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전에 같이 하던 갑을 포함한 을의 휴전 관계자 멤버들은 지금 어느 메에서 어찌들 지내고 계신지 만나보고 싶다.
일부는 현직과 현업에 계신다.
퇴직 하신 OB 분들로 대부분 동종업계에 언저리에 계시기 때문에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텐데 그럴 기회가 없다.
우리 출출하고 굴품한데 소맥 폭탄 번개팅 한 번 하자고 소리치는 것처럼 우리 옛날로 돌아가 휴전 관계자 회의 한 번 하자고 소리치면 미친O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테니 그럴 수도 없다.
그러니 낯선 관계자분들과 휴전 관계자 회의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럴 기회가 아직도 있다는 것을 고맙게 여기는 것으로 대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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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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