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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십만 원이라

by Aphraates 2021. 6. 2.

연희동 두 어른의 신군부 시절이었다.

그러니까 40년 정도 케케묵은 고전 버전이라고 봐야겠다.

 

변전소 사택 뒤에 염소 한 마리를 키웠다.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주말농장처럼 한 종류 한 동물을 사육하는 심심풀이 목장이었다.

작은 목표도 있었다.

염소를 키워 돈을 벌었다는 보도를 보고 덩달아서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탐색전은 아니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유휴지의 잡초를 좀 잡아보자는 취지였다.

 

가축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 강아지 한 마리는 3만 원, 염소 한 마리는 10만 원 정도였다.

현재 돈 가치로 봐도 싼 가격이 아닌데 그 당시 물가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다.

관리도 신경을 써서 했다.

조금만 소홀히 하면 뒤에서 똑똑 떨어지는 것이 아니 줄줄 새서 청양 가축병원까지 나가 약을 사다가 억지로 입을 벌려 먹였다.

그런데 어느 날 말뚝이 빠지고 염소가 없어졌다.

귀소 본능이 강한 염소가 아니다.

그대로 두면 아주 잃어버릴 것이 뻔했다.

멀리 달아나기 전에 찾기 위하여 장() 여사(영세 받기 전에 부르던 데보라 호칭)와 둘이서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찾았다.

사 올 때 붙여준 이름 십만 원을 외치면서였다.

한나절 정도 뛰어다니다가 찾았다.

누군가가 어디서 봤다는 소리를 듣고 앞산 과수원집 인근에서 찾아 끌고 왔다.

달아난 염소를 찾으면서 어찌나 십만 원이라고 외쳤는지 그 뒤로는 동네 사람들이 변전소에서 기르는 염소는 이름이 십만 원이라며 웃기도 했다.

 

애플망고, 다음

퇴근하니 데보라가 삼천포 인근의 함안에서 특용 작물로 출하된다는 애플 망고를 한번 찾아보라고 했다.

값이 맞으면 어디 선물할 때 써도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텔레비전 내 고향 소식인가 하는 프로에서 지역 특산품 소개하는 코너에서 봤는데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망고는 열대 지방에서 나오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고 했다.

망고는 커다란 씨가 반도 넘어 먹잘 게 별로 없을 텐데 하였더니 우리나라에서 키운 애플 망고는 색깔도 붉은 사과 같고, 씨도 없는 형태라서 제법 먹잘 것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검색해보니 제주도를 비롯하여 몇 군데서 재배가 되고 있었다.

자기 고장 애플 망고를 소개하면서 재배 환경이 좋아 다른 곳에서 나오는 망고보다 당도나 맛이 우수하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참외 하면 성주 참외가 전국을 석권한 지 오래됐듯이 지역적으로나 기후적으로나 재배에 유리한 곳이 있을 것이다.

물론 상품의 질은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대동소이할 것이다.

브랜드마다 맛이 다르다며 소주를 감별하는 주당이 있기도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마셔보면 다 그게 그인 것과 비슷한 이야기다.

 

검색했는데 가격이 잘 안 보였다.

몇 군데를 뒤져 가까스로 값을 알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얼마나 큰지 모르지만 기존 열대 지방 망고와 비슷할 것이다.

어렵게끔 가격을 찾았다.

5개들이 1박스가 십만 원이었다.

50% 정도 할인한 가격이라는 부연 설명이 붙어 있었다.

배추를 금추라고 할 때가 있듯이 망고를 금고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선 보인지 얼마 안 된 특수한 과일이어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맛보기에는 너무 고가다.

많은 정성을 들여서 재배한 과수 농가 측면에서 보면 공들인 것에 비하면 그도 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매칭되기까지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애플 망고 그거 5개들이 한 상자에 십만 원이고, 한 개에 이만 원꼴인데 만만치 않네라고 하였더니 그럼 다시 볼 것도 없겠네요. 어디 한 점 우연히 먹으면 몰라도 우리하고는 안 어울리는 것이니 없던 일로 해요라고 하면서 단칼에 잘라버렸다.

 

가격으로 볼 때 거참 짭짤했다.

언제까지나 그 수준을 유지하진 못할 텐데 선견지명을 갖고 처음 뛰어든 농가들은 재미를 좀 볼 것 같다.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다가 금세 시들어버려 재배 농가들에 어쩌면 골칫덩어리로 전락했을 수도 있는 블루베리, 채리, 사과 대추 같은 전철을 밟지는 않았으면 한다.

세상에 이런 것도 있나 하고 한 해 정도 열심히 먹다가 지금은 잘 찾지 않는 샤인 머스켓 포도도 있는데......,

바나나 생각이 났다.

보편화하지 않고 처음 들어올 때는 워낙 비싸고 귀한 이국적인 과인이어서 일부 부잣집에서나 먹던 노란빛의 바나나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환상적인 열대 과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돈 만 원만 주면 시장바구니 한 바구니는 될 정도로 싸고 흔한 과일이 되었고, 미끈거리는 것이 맛도 별로여서 그렇게 많이 소비되지는 않는 것 같다.

 

과일도 선점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

사고라고 해서 다 같은 사과가 아니고 배라고 해서 다 같은 배가 아니다.

품질과 가격에서 경쟁력이 요구된다.

과학적인 영농과 함께 현대적인 유통과 판매 기법이 절실하다.

외국산도 있을 텐데 그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박리다매(薄利多賣)냐 후리소매(厚利小賣)냐 하는 구분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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