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문화동 학생 시절이다.
쉬는 시간만 되면 화장실로 뛰어가는 애들이 있었다.
제법 많았다.
왜 그리 뛰어갔을까.
용변이 급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한 대 끄실리기 위해서다.
화장실에 들어가 담배꽁초 하나 갖고 여러 명이 한 대 피워대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도 용변 보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공부하는 학생으로서의 자세는 아니었다.
고등학생은 양반이었다.
공주 중학동 하숙집에서는 이마빡에 피도 안 마른 어린 것들 중학생들이 한 대 꼬시며 뿌듯해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그도 양반이다.
대로변을 걸으며 버젓이 피워대는 까까머리 남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바삐 가는 사람 붙잡고 불 좀 빌려달라는 단발머리 여학생들도 있다.
귓방머리 한 대 올려 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아동폭력으로 몰릴 테니 그럴 수도 없어 째려보면서 속으로 저런 것들을 낳고 애 낳았다고 멱국 끓여 먹여 먹었을 텐데 참 너희 애비에미 어렵겠다고 중얼거리며 그냥 지나친다.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이 끝나는 대로 용수철처럼 튀어 나가는 학생들이 왜 그러는지 훤히 알고 계셨다.
갖은 방법까지 동원하여 제재하였지만 한 대 빨아야 하는 생리적인 현상은 어쩔 수 없는지 학교 내 흡연인구는 줄질 않았다.
군대에서 느지막하게 담배를 배웠다가 금연한 지 한참 된 미당 선생이 생각해봐도 어린 O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영 아니었다.
그런데 하루는 학생들 사이에 진돗개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독한 선생님께서 수업을 들어오셔서는 탄식을 하셨다.
담배를 한 대 피우더라도 멋있게 피우라는 것이었다.
냄새 나는 화장실에 우르르 몰려가서 피우지 말고 집에 가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한 대 쭉 빨아들이고 내뿜어야지 도둑고양이들처럼 치사하게 그게 뭐 하는 짓이냐며 훈계를 하신 것이다.
반세기 전의 옛날이나 지금이나 본틀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예전 그대로다.
방역 수칙을 어기고 몰래 단체 술판을 벌이다가 적발이 되고 있다.
<"이렇게 술 마시고 싶나?"..책장 뒤 밀실서 남녀 무더기 적발>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것은 아무리 너그럽게 애교로 봐주기가 어려울 것 같다.
주당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자칭 주당이라 하는 그러나, 주태백이는 아닌 미당 선생이 생각해도 이거는 아니다.
요즈음 어떻게 지내느냐는 전화를 받으면 하소연부터 한다.
“소맥 폭탄도 못 돌리고 재미 하나도 없다” 고 대답한다.
이렇게 꾹 참는 주당도 있는데 뭣이 그리 즐겁거나 괴로워서 그렇게까지 치사한 방법으로 컬컬한 목을 축여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수만 평 밤나무밭에 풀을 깎다가 잠시 쉬며 갈증과 허기를 달래는 칠갑산 자락 최(崔) 친구의 농주 한 잔이라면 몰라도 그 무슨 망발들인지 만족스럽지 못한 재난 지원금 받고 쓸쓸히 돌아서는 사람들 심정도 좀 헤아려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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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