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 돌면 얼마 있다가 그게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윗동네 갑돌이와 아랫동네 갑순이가 있다.
케미가 맞고 서로 끌렸다.
이심전심으로 통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물레방앗간에서 몰래 만났다.
그러나 비밀은 없었다.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들었다.
청춘을 불태우다 보니 여기저기 흔적이 남았다.
얼마 안 가서 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돌았다.
둘은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하였다.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 이야기는 그냥 도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누군가는 빌미를 잡힌 것이다.
얼굴이 붉어졌다.
양가 부모들은 집안 망신이라며 몽둥이 들고 쫓아왔다.
그런 게 아니라고 극구 부인한다.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소문이 무성한 만큼 둘의 사랑은 깊어져 갔다.
한 번 붙은 불은 찬물을 끼얹는다고 꺼지는 것이 아니라 기름을 부은 듯이 활활 타올랐다.
더 버틸 수가 없었다.
기왕 들통난 것 더 숨길 것도 없었다.
방아 찧는 일로 딱 한 번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손 한 번 안 잡았다고 해명하면서 둘이 그러는데 댁들이 뭐 도와준 것이 있으면, 뭐가 문제냐고 당당하게 나왔다.
그런 일련의 밀당하는 과정도 얼마 못 갔다.
사랑에 빠진 둘에게는 뵈는 게 없었다.
국경도 두려움도 없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면 돌파해야겠다는 결기가 다져졌다.
어느 날 갑자기 둘이 시집장가간다고 공포를 했고, 바로 이어서 속도를 위반하여 배가 불룩해진 갑순이가 수줍어하면서 나타났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는 속담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만큼 사람들이 순박하고 세상이 훈훈하다는 얘기다.
적군이 쳐들어온다고 봉수대에 봉화를 지피거나 파발마를 돌려만 하던 시절에는 발 없는 말이 삼천리 간다는 속담이 물리적으로 통하던 시대 얘기다.
첨단 고도산업사회인 지금은 다르다.
머리도 좋고, 기술도 뛰어나고, 호불호도 명확하고, 속도도 빠르고, 관혼상제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닭집이 먹고 오리발 내밀어도 통한다.
그게 아니라고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한다.
가자미 눈 얼굴을 청개구리 눈망울 얼굴로 만들어 나타나면 눈이 좀 어두운 할머니가 손녀딸을 보고 “댁은 뉘시오” 하고 묻는 것은 다반사다.
정보의 홍수와 초고속시대다.
누구나 다 아는 허접한 찌라시를 역이용하여 공격과 수비 위치를 바꿔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런 것도 발전하는 과정이고 진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남들은 별 관심도 없는데 자기들끼리 찧고 까부는 것을 보면 금권(金權)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소문이 무성하다.
별 흥미가 없다.
안 보고 안 듣고 싶다.
그러나 무관심할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바로 2단 옆차기 들어온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고 들어야지 그것도, 되도록 우리 편이 되어 보고 들어야지 먹잘 것 없다고 눈과 귀를 막는 것은 권리와 의무를 다해야 하는 국민의 도리가 아니라고 한다.
하긴 그렇다.
말라깽이가 자기 몸 둘은 들어갈 정도로 풍성한 옷을 입고 사람들을 웃기는 장면이든 뚱보가 자기 손 하나도 잘 안 들어갈 정도로 쪼이는 맘보바지를 입고 뒤뚱거리는 장면이든 다 함께 가야 할 길이니 매우 못마땅하더라도 좋다 나쁘단 말 한마디 정도는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1980년.
미당 선생이 사양변전소 근무하던 때다.
“서울의 봄”과 “광주의 겨울”이 교차하던 암울한 시절에 등장한 함중아와 양키스가 부른 “풍문으로 들었소이다”라는 노래가 있다.
소문이나 풍문이나 그게 그거다.
지금도 가끔 유티브를 통해 그 때 그 시절의 모습을 보면서 듣는다.
외모가 서양 스타일이어서 혼혈아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면서 웃었다는 동갑례 함중아 씨가 고인이 되신지도 어언 2년이 됐다.
하느님 품안에서 평안하시기를 기도드리면서 그 노래를 한 번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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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