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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위문 편지

by Aphraates 2022. 1. 13.

세상에는 별 사람도 많고, 별 일도 많다.

사람도 변하고 세상도 변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낙관적으로 볼 것인지 비관적으로 볼 것인지는 명확잖다.

어쨌든 간에 구세대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신세대로서는 기우로서 당연할 수도 있는 희한한 일들이 벌어진다.

 

위문 편지에 관한 기사를 보고 이런 경우도 있구나 하고 놀랐다.

이건 위문 편지가 아니라 고문 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의 J 여고 발이다.

국군 장병에게 보내는 위문 편지가 문제로 불거졌다 하여 화제다.

그 학교는 명문 사학이다.

구한말 비운의 마지막 왕인 영친왕 생모인 엄비가 세워 육영사업에 헌신했던 S 여고, P 여고, Y 고와 함께 지금도 명문고로 통한다.

고교 평준화와 도심지 밀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하여 4대 문밖 한강 건너 변방으로 이전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신흥 인기 학권을 만들어 여전히 명문고의 명맥을 이어가더니 어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안타깝다.

복에 겨운 것인지 기득권에 대한 반발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튀는 아이들이나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러는 것이 아니라며 타이르는 어른들이나 자존심 상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특히 그 여학교는 맏며느릿감을 배출한다는 정숙한 이미지의 참한 여학교로 각인돼 있는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니 변화무쌍한 세월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기사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뻔하다.

뭔지 눈치챌 수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늙은 꼰대(학교) 측에서는 관례대로 연말연시 위문 편지를 쓰라 강요하였고, 젊은 꼰대(학생) 측에서는 왜 여중·고생이 군인들한테 위문 편지를 써야 하느냐고 반발한 것이다.

국가주의 세대는 긍정적이고 아련한 추억이 깃든 위문 편지를 적극적으로 옹호하지만 개인주의 세대는 부정적이고 아픈 기억으로 남을 위문 편지를 극구 반대하는 이분법적인 관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청와대로 불똥이 튀었단다.

해결하기가 어려우니 청와대가 답하라고 청원 게시판에 올랐단다.

가뜩이나 할 일이 많아 노고가 많은 문무백관의 맘고생이 클 것 같다.

 

위문 편지 논쟁도 도도한 세월의 흐름이다.

변해야 한다.

1960년대 초부터 시작된 국군 방송 위문 열차가 칙칙폭폭 열차에서 고속 전철로 바뀌듯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은 우연히 그리된 것이 아니고, 뽀빠이의 우정 무대 그리운 어머니가 종영된 것은 뽀빠이가 병나서 그런 것이 아니고 변히는 시류(時流)에 의한 것이니 위문 편지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위문 편지를 쓰는 여학생도, 위문 편지를 받는 장병도 대원군 임오군란 시의 병사가 아니다.

그런데 관례대로 그대로 하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민의에 따라야 한다.

그러면 큰 탈이 없다.

민의가 백 프로 다 옳다고 할 수는 없을 테지만 그에 근접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니 오판과 오만으로 민심을 가르치거나 거슬리려고 하면 위험하다.

 

양시론에 양비론을 내세운다.

위문편지와 관련해서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공히 잘한 것도 있고, 잘 못한 것도 있다. 

손편지와 연애편지  안 보인지가 언제인데 논술 작문하듯이 위문편지를 쓰라 하는 것도 안 맞는 것이고, 아무리 내 권리를 주장하고 내 생각과 행동에 따라 사는 개인 세상이라고 하지만 공동체원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와 의무를 등한시한 것도 안 맞는 것이다.

적정한 선에서 타협하고 조율하는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그런 맥락으로 볼 때 위문 편지도 확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개선된 13천의 군 급식에 환호하던 미당 선생 세대들이 스마트 폰으로 피자를 배달시켜 먹으면서 맛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미당 선생 후예들을 이기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이다.

위문 편지도 현대식으로 바뀌어 SNS 같은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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