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초등학교 8회 동기동창회 날이다.
붙박이처럼 돼 있던 칠갑산 용못골을 벗어나 모교에서 갖는다.
그간 해마다 한두 차례씩 정기 또는 부정기적으로 모임을 해 왔다.
올해는 특별히 6학년 졸업반 은사님을 모시고 모교에서 하는 데 졸업 후 56년만(2022-1966=56)만의 일이다.
동창생들 나이 차이가 몇 살씩 나기도 하지만 적령기로 따지면 올해가 70이어서 “고희 기념 모교 방문”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도 했다.
그간 동창회를 잘 해왔다.
해마다 동창회가 끝나고 되돌아보면 좀 더 아기자기하게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곤 하는데 다른 거 다 그만두고 만남 자체가 소중한 것이 아닌가 한다.
실상 동창생들이 만나도 특별하게 할 것은 없다.
동심으로 돌아가 수건 돌리기를 할 수도 없고, 세상 풍파에 찌든 것들을 내세우며 씨름을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새침데기처럼 아무 말 없이 힘없이 손뼉이나 치면서 주는 밥이나 먹고 헤어지기도 서운하다.
결국은 만나서 환하게 웃으면서 왁자지껄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고상방가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태반이다.
그래도 좋다.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를 오순도순 나누면서 때로는 미묘한 문제로 얼굴을 붉히고 언성을 높일 때도 있지만 극히 일부분이다.
먹는데 정든다는 말 그대로는 아니나 소연을 베풀면서 즐겁고 고달픈 인생을 이야기할 때는 숙연하면서도 대범해진다.
그게 사람 사는 거 아니냐며 태연하기도 하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그리움과 추억이 아니라면 무슨 재미로 살겠느냐는 것에 공감하기도 한다.
순박한 박박머리와 단발머리가 다 제각각이었듯이 닳고 닳은 긴 머리와 파마머리도 각양각색이다.
근심 걱정 없이 얼굴이 번들번들하게 잘 사는 영감과 마님도 있고, 수심 가득하여 피죽도 못 얻어먹은 것처럼 얼굴이 잿빛으로 되어 힘겨워하는 영감과 마님도 있다.
아직 천수를 다했다고 할 수 없는 나이인데 본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거나 배우자가 먼저 간 동창생도 있고, 벌써 일손을 놓고 뒷방 신세로 있어야 하는데 일한다고 동동거리며 나다니는 영감과 마님도 있다.
미당초등학교 8회는 해방둥이(1945년생) 형(누나)들에 비하면 여덟 살 아래(1953년생)다.
나이 차이가 나긴 해도 같은 전쟁 세대로 통한다.
해방둥이들은 어른들 등에 업히거나 손 잡혀 걸으면서 6·25 동란 피난살이를 한 전쟁 전의 세대들이고, 동생들은 민족상잔의 폐허와 휴전의 와중에서 태어난 전쟁 후의 세대들이다.
고난을 함께 한 세대여서 여러모로 동질성을 갖고 있다.
8년이면 초등학생 1학년과 중학생 2학년 차이니 까마득하다.
그런데도 발가락이 닮았다는 식으로 동질성을 억지로 강조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광복 77주년(2022-1945=77)도, 탄생 70주년(2022-1953+덤1=70)도 숭고하게 여기고 동행하며 그 의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것이다.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들이 많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실이다.
8.15광복절도 8.15 동창회도 생각처럼 그리 달콤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 없이 맘껏 만세삼창(萬歲三唱)을 외치고 맘껏 칠갑산 해후(七甲山 邂逅)를 부르는 하루에다가 그 벅찬 감격과 기운이 죽 이어지는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웩더독(wag the dog, 주객전도)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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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