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그러지 마라.
동투난다.
쉬이, 조심하거라.
부정 탄다.
갓난 엄니께서 가끔 하시던 말씀이다.
아이들을 혼내는 것이 아니라 조심을 시키시는 것이었다.
산막 옹달샘에서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길어온 정화수를 집 뒤 장독대에 올리고 정성을 들이실 때, 작은 굿을 하시는 동네 어른을 모시고 인적 드문 한적한 거리에서 촛불을 켜고 거리제로 지성을 드릴 때 그러셨다.
엄니를 따라다니며 심부름하던 막내아들과 친구들이 말썽부리며 부산하게 뛰어 다니면 손가락을 입에 대시고는 작은 소리로 조용히 하라고 하셨다.
아그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는 잘 몰라도 어른 말씀에 따라 이내 조용해졌는데 그도 오래 가지는 못 했다.
조금 있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또 떠들다가 다시 주의를 받곤 했다.
종교를 모르시고 세상 물정에도 어두웠지만 자나 깨나 자식과 가족밖에 없었던 갓난 엄니께서 들이던 정성과 지성은 고희 전 즈음까지였던 것 같다.
그 뒤로는 집안 살림살이도 며느리한테 다 넘겨주셨고, 평생을 이어오시던 정성과 지성도 행동보다는 자식들을 걱정하시는 맘으로만 하셨던 것 같다.
엄니께서 그러시던 나이가 든 아들이 그 깊은 사랑을 생각하니 오늘이 저절로 있은 것이 아니라 그런 덕이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면서 감사를 드리고 평안하시기를 기도드린다.
그 때 그 시절의 동투가 생각났다.
뜬금없이 그냥 떠오른 것이 아니다.
인터넷을 열자 커다란 사진과 함께 “동투”라는 기사가 튀어나와서였다.
그런데 그 동투는 갓난 엄니께서 이르시던 동티의 방언인 동투가 아니라 겨울에 노조 파업을 한다는 동투(冬鬪)였다.
날씨도 춰지는데 동투라......,
누군가에게는 절박한 것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고역스러운 것일 게다.
서로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기도 할 것이다.
봄의 춘투, 여름의 하투, 가을의 추투, 겨울의 동투다.
그 동안은 긴 겨울을 지난 다음 해동되기 시작하며 벌어지던 춘투가 보통이었는데 몸을 움츠리면서 에너지를 아껴야 할 겨울에 동투라니 의외다.
벌어지는 상황도, 양상은 예년의 다른 투(鬪) 비슷한 것 같다.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근로자 측과 법과 원칙에 따라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정부 측과 제발 잠잠해지기를 바라는 사용자측이 강대 강으로 임하는 형국이다.
어떻게 해결의 접점을 찾고 만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할지 모르겠으나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생각해서라도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동투에서 동투가 나고 부정이 타면 안 된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여 한 발 뒤로 물러서고, 넓게 타협하여 두 발 앞을 보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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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