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論山)이 궁금해서 안부 전화를 했다.
통화한지 얼마 안 되긴 했다.
짙은 황사에 날씨도 춰졌는데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 됐다.
전화해봐야 뭐 도움도 못 되어 늘 미안하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그게 밖에 없어 가끔 전화하는 편이다.
그 때마다 지금은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어 조마조마하다.
계속 신호가 가는데 안 받았다.
자가 물리 치료중인가 아니면, 병원으로 재입원했나.
여러 생각이 들어 맘이 무거워 끊으려는데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지금 컨디션이 어쩌냐면서 뭣 좀 먹고 좀 움직이냐 묻고는 어떤 대답이 나오는지 기다렸다.
순간적으로 불안하여 멈칫했다.
좀 인터벌을 두고 속에서 받질 않아 뭘 제대로 먹지 못한다면서 체력인증을 받기 위하여 국민체력 인증 센터를 찾아가고 있다 했다.
말문이 막혔다.
그를 해내기 어려울 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눈물이 났다.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 만하겠느냐고 하였더니 안 되더라도 해봐야지 어쩌겠느냐면서 힘없이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걱정의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조심해서 해 보고, 날도 추운데 얼른 집으로 가라 이르고는 통화를 끝냈다.
주방에서 신 김치와 돼지고기와 콩비지를 넣고 가마솥만한 큰 냄비에 뭔가를 요리하고 있는 데보라한테 논산에서 계룡대로 체력인증받으러 간다고 하였더니 하던 일을 멈추고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긴 한 숨을 내 쉬었다.
얼마나 다급하면 체력단련장으로 가셨겠냐면서 절박한 처지와 심정을 백 번 이해하고도 남는다며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상과 사람이 야속했다.
건강할 때 같으면 그 정도야 애들 장난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허약한 몸으로 병마와 씨름하고 있는 지금은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나선 것은 너무 가혹하다.
누군들 아프고 싶어서 아프거나, 나이 들면서 몸뚱이라 함부로 굴려서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남들 다 하는 것도 제대로 못 하고서 한숨을 쉬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애절할지 직접 안 봐도 눈에 선했다.
우리도 참담했다.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서 그런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하니 그리고, 그를 옆에서 지켜봐야 하니 이 거는 바라는 그림이 아니다.
한 밤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어제 퇴근시간 전에 다 끝났을 때 결과가 어찌 됐는지 궁금하다기보다는 그 거 한다고 무리하다 더 아프지나 않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어려운 친구 이야기를 왜 꼭두새벽부터 왜 하는가 하는 우려도 든다.
그러나 체면같은 거 생각할 게재가 아니다.
다들 아는 사실이고, 우리들끼리 부끄러움 없이 통하는 것이니 내세울 것도 아니지만 숨길 것도 아니다.
좋아하는 파이팅은 외치기가 싫다.
병은 자랑하라고 했다는 말처럼 동녘에 울리는 메아리가 일말의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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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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