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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참기름, 들기름, 아주까리기름

by Aphraates 2023. 3. 29.

참기름은 귀했다.

고소하니 맛도 좋았다.

토실토실한 하얀 쌀밥에 고추장 몇 숟가락과 참기름 몇 방울 넣고 썩썩 비벼내면 그만이었다.

꿀맛이었다.

술술 잘도 넘어갔다.

밥 한 그릇은 게눈 감추듯이 없어졌다.

나물을 무치거나 다른 음식을 만들 때도 참기름은 귀하신 몸이었다.

쌀밥이고 참기름이고 없고 귀하니까 더욱더 진가를 발휘했다.

 

들깨로 짜는 들기름은 좀 처졌다.

맛도 밋밋했다.

먹긴 해도 좋아하지는 않았다.

전을 부칠 때 주로 사용했던 것 같은데 참기름만 못했다.

여러 면에서 참기름보다는 한 수 아래였다.

 

지금은 참기름보다는 들기름이 주류다.

영양이나 건강상의 측면에서도 들기름이다.

시골 밭에 가봐도 참깨보다는 들깨가 훨씬 더 많고, 유통되거나 먹는 것을 봐도 거의 다 들기름이지 참기름은 드물다.

요리할 때 참기름을 넣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하면 요즈음 누가 참기름을 쓰느냐며 한마디로 거부당한다.

 

호불호가 뚜렷하던 기름도 많이 달라졌다.

참기름이냐 들기름이냐를 가릴 것도 없을 것 같다.

별반 차이가 없다.

자연산이 아니라 식품 공학적으로 생산해내는 식용유가 대세다.

또한 직수입한 저렴한 외국산 올리브유나 야자유가 일상화되어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며 참기름과 들기름을 찾을 일도 많지 않다.

 

한데 새퉁맞고 안 어울리게 웬 기름 타령일까.

매 깔 없이 그러는 게 아니다.

다 그럴만한 건덕지가 있다.

야당 국회의원과 현직 장관 두 분이 허공에 대고 기름 총을 쏴 관심거리가 된 것이다.

특정인이나 일부 세력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기름 챙이 같은 사람들도 생각나게 하는 기름 논쟁이다.

 

좀 못마땅하다.

그런 식용유는 있으면 많이 먹고, 없으면 덜 먹으면 되니 참기름이 좋으니, 들기름이 좋으니 할 것이 없다.

신경 쓸 것은 자원 전쟁의 방아쇠가 된 기름 중동산 석유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식용유 이야기만 한다.

지금 도대체 뭣들 하자는 것이냐는 큰소리가 나옴직도 하다.

할 거 다 하면서 뺀돌거리지 말고 신자 된 도리에 충실할 수 있도록 성찰하고 행동하라는 지난주 갈마동 신부님의 강론 말씀도 겹친다.

 

본의 아니게 전라도 지리산 자락 남원(南原) 특산품인 미꾸라지와 친해만 하지만 별로 반갑지 않다.

기름 챙이는 본지도 오래됐다.

우리나라 어느 냇가에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데 기름 이야기로부터 기름 챙이가 유발되니 그 또한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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