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남녀 합동 구역회가 있었다.
장소는 향촌 아파트 건너편 청춘 광장 언저리에 있는 감자탕 연구소였다.
구역회는 원래는 금요일에 한다.
토요일로 잡은 것은 멀리 있어 참석하지 못하는 우리를 배려한 것이다.
감자탕 연구소는 이름부터 특이하다.
김 박사 냉면 집이나 이 박사 카 센터를 연상케 한다.
최고 엘리트가 야심차게 뛰어든 식당이거나 내용은 별거 없지만 이름이나마 그럴듯하게 정한 식당일 거라는 상상을 자아내게 한다.
구역회에서 용케도 그런 식당을 찾아 정했다.
새로운 장소를 물색고자 몇 번 답사하고 시음을 해봤단다.
여기저기 방황하며 찾아봐도 도심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한적한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어려운데 신천지 개발을 잘한 것 같다.
구역회는 늘 화기애애하다.
안건이 올라오면 열띤 토론을 벌이면서도 결론은 좋아 좋아다.
다음 주 야외 미사 준비사항에 대해서 충분한 토의를 한 후에 만장일치의 박수로 결정을 냈다.
새로 개발한 식당도 좋았다.
젊은 주인장일 거라는 생각과는 반대로 연만한 주인과 촌스러운 안내원은 수더분하여 붙임성이 있었고, 음식도 적정가에 푸짐하며 맛깔스러웠고, 분위기도 청결하여 다시 찾게 될 것 같았다.
감자탕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지만 맛있게 먹었다.
감자탕 국물로 재탕한 수제비와 볶음밥도 좋았다.
전전날 남원에서 현장 모임, 전날 월평동에서 계룡 OB 만남으로 이어진 피로가 겹쳐 구역회 참석 인사만 드리고 나온다는 것이 뒷담화가 이뤄진 치킨 호프집까지 갔다.
회의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할 얘기가 남아있는 것은 어느 모임이나 마찬가지였다.
2차는 안베(Angela&Petrus) 부부께서 주선하셨다.
그런데 들어간 처음부터 분위기가 어색했다.
호탕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자리에 앉아서 두리번거리며 주문했다.
어느 아우님이 배부르게 저녁 식사를 하고 왔으니 간단하게 마른안주에 호프 한 잔씩 하자고 했다.
그러자 주문받으려고 왔던 안주인인 듯한 분의 안색이 안 좋았다.
화를 내는 것은 아니었으나 못마땅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 첫 손님인데 통닭집에서 노가리를 찾으시는 것이 좀......,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싸늘했다.
돌발 변수의 위기 발생에 아차 싶었다.
백전노장 주당들은 능수능란했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서운한 소리 한마디 하면 귀에 쏙 들어오는 촉을 백분 활용하여 위기를 탈출했다.
얼른 주문을 바꿔 통닭 한 마리에 500cc 호프 6잔을 주문하여 분위기가 악화하는 것을 가까스로 수습했다.
그렇게 하여 남은 대화를 다 소진하고서는 굿나잇을 하였다.
공교롭게도 한밤중은 아니나 깊어가는 밤까지 우리가 첫 손님으로 있다가 나왔다.
저 집은 원래 늦은 밤에 손님들이 많다고 했다.
그렇게라도 해야지 저렇게 손님이 없어서야 어찌 장사하겠느냐고 하였지만 주문하면서 벌어진 촌극이 영 걸렸다.
손님도, 주인도 어색한 장면이었다.
내 돈 내고 내가 먹다가, 내가 내 방식대로 장사하다가 걸림돌에 걸렸다.
손님.
소금 찍어 먹는 것을 안주로 삼아 삼천 원짜리 소주 한 병을 마시든, 목장 풀을 뜯어 먹고 자란 소의 등심 스테이크를 안주로 하여 삼십만 원짜리 양주 한잔을 하나 손님은 내내 손님이다.
그 손님이 언제 식당에 메 터질 정도로 다른 손님을 몰고 올지도 모르는 게 세상이다.
주인.
땀내 나는 일꾼을 상대로 하여 막걸리를 팔든, 향수 냄새 풍기는 고관대작을 상대로 위스키를 팔든 장사는 내내 장사다.
진상 고객들이 괴롭힐지라도 후일을 생각하여 다 감내하고 웃으면서 장사를 해도 모자랄 텐데 첫 손님부터 재수가 없다며 소금 뿌릴 태세라면 실수하는 거다.
맘은 안 그렇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이 잘못됐다며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자고 굳은 맹세를 할지 아니면, 첫 손님부터 그러더니 하루 장사 망쳤다고 분개할지 모르겠으나 손님으로서 매우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조심해야 한다.
가깝고 먼 것은 일본만이 아니다.
우의 돈독한 손님과 주인 관계는 일순간에 뒤도 안 돌아보는 남남이 될 수도 있는 불완전한 관계다.
사람이 진지하면서도 그렇게 간사한 측면이 있기도 하고, 세상이 그렇게 우스우면서 무서운 면이 있다.
큰손의 우량고객일지라도 눈치코치가 있어야 식당에 가서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받고, 강냉이 한 그릇이라도 더 얻어먹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대박이 나 정신이 없는 장사의 신은 가격, 장소, 분위기, 청결, 친절, 인성 등등 많은 것을 고려하고 해야 가능한 것이지 한 가지만 갖고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철칙으로 알아야 한다.
세계적으로는 3대 상인으로 유대상인, 중국상인, 인도상인이라 했다.
우리나라에는 4대 상인으로 송상(개성), 만상(의주), 내상(동래), 경상(강경)이 있었다.
아마도 그들은 장사꾼으로서 어땠을 것이냐고 묻는다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가 아니라 “간 쓸개 다 내놓는다”가 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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