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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돌발변수

by Aphraates 2023. 7. 1.

계획된 대로 또는, 일상적으로 나아간다면 좋다.

특별하게 빛나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바에는 좀 지루하고 재미없을지라도 별다른 일없이 순탄하게 잘 흘러가면 소규의 목적을 달성한 성공이라 하겠다.

 

그러나 세상은, 사람은 그렇게 놔두질 않는다.

살아 움직여 갖가지 변화를 유발한다.

기압의 차이가 있어 바람이 부는 한 가지가 적든 많든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바람을 피할 수가 없다.

납작 엎드려 일시적으로 모면하는 임시방편의 지혜를 발휘할 수는 있을지언정 나의 바람이 아니니 피한다거나 바람이 싫다고 거부할 수는 없다.

강하든 약하든 정면 대결을 해야 한다.

 

평생을 새로운 것이 도전하고 미지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모험가일지라도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하여 남으로 향하던 배가 북으로 밀려간다면 황당할 것이다.

희망의 남쪽 나라로 가려고 했는데 실망의 북쪽으로 가게 되었다면 좋아할 수가 없을 것이다.

야자수 나무가 시원한 따뜻한 남쪽 나라라고 생각하여 발을 내디뎠는데 꽁꽁 얼어붙은 빙하의 연속인 동토의 차가운 북쪽 나라라면 어떻겠는가.

 

변화와 위기의 연속인 세상에 그에 유연하고 강한 사람은 참 유능하고 행복한 사람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위기에 치여 헤매는 사람은 참 무능하고 불행한 사람이다.

그게 다가 아니다.

변화와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역량이거나 여건이라면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겸손하게 다른 일로 보상한다거나 성실하게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자세라면 더불어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을 텐데 어려움을 회피하고, 전가하고, 변명하고, 방기하면서 빌붙어 살아가려고 한다면 문제다.

 

돌발변수에 대처하는 어려움은 인생의 덤으로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불굴의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항상 괴리가 있다.

굳세어라 금순아를 격려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말이지만 막상 그런 상황에 닥치면 그렇게 여유있이 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갑작스러운 돌발변수에 어려워들 한다.

미당 선생도 다르지 않다.

온 힘을 기울이어 한 건을 해결하고 돌아서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전에 또 다른 돌발변수가 안녕하세요, 접니다하고 기다리고 있다.

화도 나고 난감하기도 하지만 와야만 했고 올 데를 온 돌봐 변수라는데 몽둥이 들고 내쫓을 수도 없어 그렇구나. 또 너냐. 동고동락할 순 없으니 가부간에 결판을 내보자. 다만 나는 너를 이겨야 할 숙명적인 처지이니 이해해주고 달려들거라하면서 너털웃음을 지며 살아온 세상이다.

이제 그만 할 때도 됐건만 그건 희망 사항이고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돌발변수다.

 

포션 조정이 되었으면 한다.

잘 돌아가고 잘 안 돌아가는 것의 비율이 아무리 적어도 5:5 정도, 좀 후하게 쳐준다면 6:4 정도, 욕심을 부린다면 8:29:1이라면 좋을 텐데 저기서 누군가가 천만에 만만 실수면서 웃는다.

환경과 여건이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고 불리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은 것이다.

높은 데서 내려다보면 돌발변수가 아닌 것을 갖고 왜 그렇게 좌충우돌하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자신을 옥죄지 않아도 되는데 별것도 아닌 것을 침소봉대하여 깊은 시름에 빠져 식음을 전폐하고 폐인 회복되다시피 할 수도 있지만 그 역시도 살아가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괴로워할 일이 아니다.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이래도 내가 먹어야 할 밥이고, 저래도 내가 먹어야 할 밥이라면 어떤 답을 내야 할지 뻔하다.

답은 태고적 이전에 벌써 나와 있는데 그를 모르거나 무시하고 내 편리한 대로 생각하기 때문에 간단한 답도 배배 꼬인 문제 답처럼 안 나오는 것이다.

 

돌팔매/오은주/1989, 다음

71일이다.

새로운 한 달에 새로운 하반기가 시작된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뭐가 잦으면 뭐 싼다고 했다.

이제는 먹고 살기 힘든 것인지 사서 고생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하품하는 듯한 농담도 없는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있기 마련인 돌발변수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밀쳐낼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동반자로 여기며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이 잘 사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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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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