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다는 것이 참 많기도 하다.
특히 전무가 그룹인 한의사, 요리가, 영양사, 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찮은 돌멩이에서부터 길가의 잡초까지 안 좋은 것이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일 것이다.
뼝아리 눈물만큼만 먹어도 즉사한다는 복어알도 때로는 독약으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니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는 것 같다.
OO동 약에 쓸려면 없다는 말마따나 백해무익하다고 함부로 내쳐서는 안 될 것이다.
요는 어떻게 쓰느냐는 문제일 것이다.
좋다고 하는 그 많은 것을 다 먹을 수는 없어 필요에 따라 먹어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해야 할 텐데 쉽지 않은 일이다.
밥이 보약이고, 입에 당기는 것을 먹으면 된다고 하는 말에 동조하는 입장에서 이거저것 다 챙겨먹기는 불가능하다.
여러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몸에 좋다고 추천하는 것 중의 하나가 부추다.
부추는 표준어다.
지방마다 달리 불리기도 한단다.
계열별로 솔, 졸, 정구지로 분류되고 그 안에서 파생된 이름들이 열 댓 가지가 된다.
용도로는 부추전, 부추김치, 탕, 만두, 국밥 등에 각종 요리와 한약 재료로 쓰이는가 하면 대전의 명품인 성심당(聖心堂) 튀김 소보르와 부추 빵에도 들어간다는 “나무위키”의 기록이다.
어제는 쓸쓸한 국군의 날이 서운하여 계룡대 앞을 한 바퀴 돌았다.
1990년대 말 잠시 근무하던 두마 변전소에도 갔다.
안으로 들어갈 처지는 아니었다.
정문 앞에서 사진이라도 한 컷 찍고, 국군의 날 행사 연습을 하던 군악대를 상상하면서 연병장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변전소 안내판 뒤로 하여 사진을 찍고는 밖에서 안을 들여다봤다.
우중충하고 육중한 건물과 주변이 그때 그 모습이었다.
사진을 찍고 막 차에 오르려고 하는데 변전소 문이 열리면서 어느 직원이 나오셨다.
cctv를 통해 관찰하다가 뭔가 이상하여 확인차 나오신 것 같았다.
아무 얘기도 없이 사진을 찍은 것이 미안했다.
예전에 여기서 근무했던 사람인데 한 번 들려봤다며 양해를 구하려고 하는데 “OO님, 저 오XX입니다” 하고 말하는데 보니 한 사업소에서 근무하던 후배님이었다.
반가워서 말을 잇지 못 했다.
후배님이 문을 열면서 “지금 허xx 과장도 함께 있는데 들어가셔서 차 한 잔 하고 가시지요”라고 하시어 서슴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두마 근무가 1990년대 말이니 적어도 20년 만에 들어가 보는 거였다.
감개무량했다.
내부는 예전과는 다르게 쾌적하게 리모델링되어 있었다.
현황판을 통해 전력 설비와 부하 상황을 살펴보았다.
3군 본부 전력 공급이 주목적인지라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았다.
차를 마시면서 그 때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누는 이야기마다 그렇다고 공감하면서 좋아하며 연시 웃었다.
섬섬옥수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OB와 YB 근황과 가정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데보라가 여기 소장으로 있을 때 뒤편에 있는 1호 사택으로 요한보스코 신부님을 모시고 518 식구들이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이야기 하였다.
그러자 듣고 있던 허 후배님이 사택은 벌써 철거하였고 그 자리에는 부추가 지천이라며 오신 김에 그 부추좀 드려야겠다며 그릇과 칼을 들고 나섰다.
언제 누가 부추를 심었는지 모르지만 번지고 번져 사택 자리는 온통 부추 밭이었다.
천연에 청정 부추였다.
데보라는 눈이 휘둥그레져 정신없이 부추를 베면서 후배님과 무슨 얘기인지 연시 나누었다.
미당 선생은 그 사이에 변전소 건물 밖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복숭아나무가 있었고, 저기는 앵두나무가 있었는데 다 없어지고 방풍과 보안 용도로 심은 잣나무만 하늘을 찌를 듯이 무성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는 이끼가 가득 낀 절구통을 보면서 저거는 내가 가져가야 하는데 아직도 잘 있다고 말을 흐렸더니 후배님들이 웃었다.
서로 건강하게 잘 살자며 작별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섰다.
기분이 묘했다.
언제 다시 와 볼지 모르는 정든 곳이다.
함께 하던 후배님들도 다들 정년이 얼마 안 남았고, 웬만한 변전소는 다 무인화 되는 추세인데 하나의 직장으로만 생각하며 남겨 두기에는 너무 아쉬워 맘과 발이 무거웠다.
오늘 낮은 그런 추억에 잠기지만 당장 저녁에는 재전(在田) 신남원 ESS 일선 현장 동지들과 약진하자는 단합대회가 있다.
냉온탕을 넘나드는 장면의 그림이 안타깝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능력이 없는 인간으로서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일지도 모른다.
어긋난 녁주행이 또 있다.
계룡대를 한 바퀴 돌아보고 최고라고 평가하는 엄사리 순댓국집에 가서 한 그릇 때리기로 했었다.
그런데 순댓국을 제안했던 부추 냄새에 취한 데보라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얼른 집에 가서 부추도 해결하고, 마늘도 해결하고, 밤도 해결하고, 고구마 줄기도 해결해야 한다며 그냥 가자고 했다.
배가 조금 고팠으나 동학사 고갯길을 넘어오는데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D&A 둘의 표정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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