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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by Aphraates 2023. 12. 2.

탕이나 한 그릇 하시지요.

점심 메뉴가 적당치 않을 때 그렇게 했다.

복잡하고 거창하게 먹을 점심이 아닌데 그렇다고 너무 부실해도 문제다.

특히나 단신 부임하여 나 홀로 객지 생활하는 사람들한테는 부실한 아침저녁을 대신하려면 점심은 잘 먹어야 한다.

하지만 부실하다.

일주일 내내 밖에서 먹는 점심은 아무리 좋은 것을 먹더라도 별 거 아니어서 뭐 새로운 게 없나 하고 찾는 게 홀아비 아닌 홀아비들의 애환이다.

 

탕 종류가 많다.

설렁탕, 곰탕, 삼계탕, 잡탕, 갈비탕, 생선탕, 우거지탕, 매운탕, 지리탕, 올갱이탕, 계란탕, 알탕, 어묵탕, 조개탕, 홍합탕, 연포탕, 마라탕, 자라탕, 짱뚱어탕, 볶음탕, 내장탕, 두부탕, 야채탕, 목욕탕, 재탱삼탕......, 거기에다가 순대국이나 김칫국 같은 국 자가 들어가는 탕의 사촌까지 대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요즈음은 탕을 잘 안 찾는다.

입맛도, 식습관도 변한 탓이지만 그보다는 미식가나 인스턴트 위주로 돌아가는 판이 그렇다.

탕이리고 하면 전에는 OO탕을 말했다.

지금 그렇게 말하면 무슨 탕을 먹자는 것인지 명확히 하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송년회 시즌이다.

오늘 문화동 사람들송년회 메뉴는 태평동의 YST.

OST(Original Sound Track, 영화/드라마 음원)LST(Landing Ship Tank, 전차 상륙함)는 알지만 YST......,

첫 글자만 따서 붙인 탕의 약어다.

지리산 자락 남원의 별미라고 알려진 추어탕과 닭곰탕과 함께 새로 등장한 별미로 알려져 좀 많이 먹은 편이어서 닭도리탕을 하나 별도 주문했다.

번거롭고 별나게 굴어 미안하긴 하다.

대전에서는 아직까지는 특이한 메뉴에 속해 특별히 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것은 그만 먹었으면 좋겠다면서 다른 집은 몰라도 그 집은 가기 싫다고 삐딱선을 타면 실수하는 거다.

 

새벽부터 먹는 타령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제 퇴근하고 올라오면서 저녁은 간단한 차내 식이었다.

먹다 남은 밥으로 싼 간이 김밥과 어제 저녁에 혼자서 뭘 제대로 먹었을 리 없는 데보라를 위하여 두 팩씩 사 갖고 와 김만 빼고 놔뒀던 수제 만두와 찐빵이었다.

뭘 안 먹은 거 같지 않게 속이 든든하다.

대비는 해야겠다.

오늘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이발을 하고, 치과에 가고, 문구점에 들리고, 아침겸 점심을 먹고, 저녁에 태평동 모임에 가려면 속이 허할 것이다.

건강 차원에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덜 먹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식음전폐수준인 저녁에 이어 아침도 안 먹고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속도 소화가 잘 될 것 같다.

 

 

뜨끈뜨끈한 OO탕에 말뚝 고프 쐬주 한 잔 하고 나서 이 쑤시며 배를 두드리는 재매도 쏠쏠했었는데 그 집을 찾기도 보기도 힘들다.

대전 중구와 동구를 잇는 중교 다리 인근에 가면 예전처럼 그 집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며 무슨 비밀작전처럼 손님을 받고 있다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드러나 그 맛의 시효도 끝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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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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