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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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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던진 말도

by Aphraates 2024. 1. 4.

가볍게 던진 말도 여러 각도로 조명해봐야 한다.

별 거 아닌 일도 있고, 별 거인 경우도 있다.

그냥 지나치는 말로 해본 것이 아니라 안 그런 척하면서 치밀한 계산 끝에 나온 기획된 발언일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아주 영특하다 하겠다.

반대로 5(五無) 상태로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 파장을 일으키는 발언일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은 아주 멍청하다 하겠다.

 

그때 그 시절 대전(大田)의 대전(大戰)이 생각난다.

예절의 본향인 충청에서 삼강오륜에 반하는 쌈이 벌어졌다.

줏대 없이 왔다 갔다 하여 늘 따라붙는 충절의 고장이라는 수식어가 심각하게 훼손당하던 시절이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여 너희는 정체성이 뭐냐며 견해를 확실히 밝히라는 핀잔받으면서도 괜찮아유라는 한마디로 넘겨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라논 조소를 받았다.

그때도 격동하는 외부 영향으로 내분으로 옥신각신하며 진통을 겪었다.

손바닥 뒤집듯이 당적을 달리하고, 선후배가 멱살 잡고, 늘 당하면서도 충청의 자존심을 잃어 양반 체면이 말씀이 아니었다.

선거판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벌어졌던 염박(廉朴) 대전이었다.

선거 운동하다가 피습당한 박() 대표가 병상에서 던진 대전은요라는 한 마디가 승패를 갈랐다.

앞서가던 백전노장 선배 염 대장이 그 휘하에 있다가 반대편 대표로 나선 박 대장한테 석패하여 두말할 것 없이 떠나갔었다.

 

그 당시에는 그 말 한마디가 무척 신선했다.

연약한 여자 대표로서 피습을 당하고, 그 와중에도 자연스럽게 나온 그 한마디가 불리하던 전세를 일거에 역전시켰다.

역시 선거의 여왕이라는 칭호가 무색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20여 년이 지난 뒤 밝혀진 그 말의 비사를 알고 보니 좀 멍하다.

자연스럽고 순순하게 나온 말이 아니었단다.

전적으로 기획되고 정제된 발언으로서 하나의 선거 전략이자 기획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그때 학교 선배인 염 대방과 동년배인 박 대장 중 누구한테 표를 던졌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기획 부동산에 당한 느낌이다.

뭔가 잃어버린 듯 허탈하기도 하고, 그 세상이 그렇다는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닌데 뭘 그리 신경을 쓸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잘 되면 떼부자가 되는 기획 부동산이고, 잘못하면 쪽박차는 기획 부동산인데 아예 범접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인지 발을 들여놓고 나서 희비의 교차점에 서 있는 것은 참 모자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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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