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이다.
아침 출근 전에 데보라를 남원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픽업했다.
대전 향촌 집에서 부활판공 가정 방문 축복기도가 있는 날이어서 신부님과 수녀님을 비롯하여 교형자매님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미당 선생은 현장 여견상 함께 갈 형편이 아니었다.
남원 집에서 10분 거리인 터미널에 갔다.
아침이 한산했다.
대합실에 몇 사람이 있고, 주차장에는 버스 몇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북적여야 할 아침 출근 시간인데 사람이 별로 없었다.
6시에 출근하는 입장에서 보면 대낮이나 마찬가지인 8시 대인데 사람들이 이렇게도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9시까지 현장에 가면 지각은 아니어서 좀더 대합실에서 있을 수도 있었지만 시간 낭비하는 것 같았다.
차표를 자동으로 예매해주고 조심해서 올라가라며 터미널을 나섰다.
남원에서 대전은 하루 네 편인가 버스 편이 있다.
아침 8시 30분차는 그래도 손님이 제법 있지 않을까 했었다.
부각 가방은 옆 좌석에 놓든지 차가 복잡하면 운전기사한테 트렁크 문을 열어달라고 하여 거기에 놓으라 일렀다.
가뜩이나 길눈이 어두운데다가 혼자 버스를 타보는 것도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된 데보라다.
실수가 걱정됐지만 혼자 버스타고 가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8시30분 남원 출발에 11시 30분 동대전 종합 터미널에 도착하는 버스다.
11시 30분도 안 됐는데 집 국선 전화로 무사히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동대전 터미널에서 둔산동 향촌까지 택시 시간을 감안하면 20분 정도는 빨리 도착한 것이었다.
어떻게 그리 빨리 갔느냐고 물었다.
남원 출발할 때는 달랑 나혼자 타고 오다가 장수에서 서넛이 타 거의 빈 차로 쌩쌩 달려 도착했다고 웃었다.
45인승 버스에 1+3의 손님이라면 8.8%(4/45=0.88) 승차율이다.
이런 수치라면 한숨쉬는 차주와 운전기사보다도 손님이 더 미안할 일이다.
나홀로 승객인 데보라가 이래 갖고서야 어찌 버스를 운행하고 돈 벌어 먹고 살겠느냐고 더 걱정할 일이다.
버스 운행도 많이 변했다.
고향인 청양에 가면 봉고차 만한 버스가 노선 안내판을 달고 칠갑산 자락 곳곳을 누비는 시내버스가 있다.
큰 버스만 보다가 작은 버스를 보니 신기했다.
저런 버스도 다 있다고 하였더니 형수님께서 그나마도 텅텅 비어서 다닌다고 하셨다.
몇 명의 손님이라고 해서 안 다닐 수도 없고, 다니자니 적자 투성일 것이 뻔하다.
그래서 공영 버스 제도를 운영한단다.
중앙이나 지방 정부에서 오지 버스 운행을 위하여 지원하는 제도다.
학교도 많이 변했다.
모교인 미당초등학교 현황을 살펴봤다.
학생수는 유치원생 3명을 포함하여 10명이다.
몇 년 전의 7명보다는 많은 수다.
귀촌 장려 정책의 효과라 말하기는 좀 그렇다.
교직원 수는 남자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남2+여12로 총 14명이다.
학생들 측에서 보면 1:1 개인교사 수준 이상인 것이다.
아주 부유층에서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을 가기를 꺼려하는 시골 아이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이다.
그러나 혜택을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 표정들이다.
뜨거운 감자이거나 계륵같이 생각도 한다.
학교 실정이 그 정도냐며 눈이 휘둥그래진다.
해마다 폐교나 합병 문제도 거론된다.
칠갑산을 경계로 남쪽에 초등학교 하나, 북쪽에 하나, 가운데 하나로 셋만 있어도 충분하단다.
현재 학교 운영비의 1/10 아니, 1/100만 들여도 소수의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있단다.
하지만 그렇게 경제적인 논리로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교육이란 해명도 간과할 수 없단다.
빈 차로 빙글빙글 도는 시골 버스다.
사랑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아이 하나를 보물단지처럼 여기며 공을 들이는 텅빈 시골 학교다.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와 2부제 수업을 하던 학교와 비교할 것은 아니나 그런 문제들도 시대 흐름에 따라 정성적으로나 정량적으로나 맞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가씨 적에는 버스 안내양 차림으로 “시골 버스 달려갑니다” 하고 노래하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K의 모습이 정겨웠었다.
하나 시간이 가고 세상이 달라지면서 다가오는 그 모습도 감이 달라졌다.
앳된 모습이 아니라 애 어매의 모습이라서 그런 측면도 있지만 그런 모습에 감동하던 시대는 지난 것이 감이 달라진 주요인이다.
늘씬하고 요염한 카 모델이 미끌져 나갈 것 같은 날씬한 스포츠카에서 포즈를 취하는 사진이 대세인데 어르신들 보따리나 들어주고 해묵은 사랑방이야기를 하는 덜커덩 거리는 시골 버스의 펑퍼짐한 안내 부인의 사진을 흔들어대며 이리 오라고 하면 그 결과는 어떨지......,
새벽 2시다.
미리 준비해놓은 짐보따리를 챙겨 싣고 쌩쌩 달려야 할 남원 길이다.
고속도로는 오가는 차가 드문드문할 정도로 한가하고, 휴게소는 24시간 편의점만 열려있다.
경부선이나 수도권 고속도로만은 못해도 우리나라 넘버 투 호남선인데도 새벽에는 교통량과 인적이 드물다.
어쩌면 그게 비정상이 아니라 그런 새벽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비정상인지도 모르겠는데 그래야만 현상유지가 되는 것이니 싫다고 뿌리칠 수도 없다.
자, 떠납시다.
달라 혼자가 아니라 달랑 둘이라서 다행입니다.
빨리 달리나 천천히 달리나 130km 남원 길에 걸리는 시간 2시간은 매마찬가지이니 상큼하고 즐거운 몸과 맘 가짐으로 안전하고 쾌적하게 쉬엄쉬엄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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