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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그렇게 가시는군요

by Aphraates 2025. 1. 12.

() 비오가 소천하였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어도 부음 시에는 존대를 했다.

그러나 이번만은 그럴 수가 없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다.

절친도 너무 절친이어서다.

 

고인은 동갑례, 입사와 정년 퇴임 동기, 1979년대 말 사양에 변전소서 만나 청양전력소에서 퇴직할 때까지 거의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 영적으로 맺은 교우 비오와 아프라아테스, 결혼하여 아이들이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부터 학부형이 된 가족관계, 현직 때부터 맺어온 부부 모임 청우회, 퇴직 후 같이 한 일이회, 밤샘 고스톱을 치거나 소주병에 숟가락을 꽂아 흔들어대며 흐느러지게 불러대던 날들. 오랫동안 몸이 매우 아파 논산 처가 인근에서 은거하며 누구를 만나기조차도 힘들 때 서로 민낯을 보며 위안 삼고 의지하였는데 그리 허망하게 떠나다니 고약한 운명에 몹시 나쁜 사람이라 원망하고 싶다.

 

느지막하게 나타난 불치의 병으로 인하여 엄청나게 고생했다.

만날 때마다 이봐 임쫄, 임포, 임방위, 가야곡 땔나무꾼! 그보다 더한 것들도 이겨냈는데 지금 와서 그러면 곤란하지.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 보자면서 결투를 요청하고 이겨야 할 거 아니야. 앓는 소리 그만해. 아파도 참아 봐. 아프다 하지 말고 나는 괜찮다 해 봐......,” 그런 식으로 윽박질렀고, 그러겠다고 웃었지만 서로가 그 아픔을 왜 몰랐겠는가.

내색하고 싶지 않았지만 최악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더 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사람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오래만 살아달라고 부탁했다.

불쌍한 비오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시라고 당신께 청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나보다.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 이승을 등에 지고 저승으로 향했다.

우리의 생각과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받아들이면서 영원한 안식을 주시라 기도드리면서 이 세상에서 못다 한 것들은 저세상에서 맘껏 누리게 해주시라고 청한다.

 

https://youtu.be/BVKXeWpXlEQ?si=mDTHxBfVLZa7pb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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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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