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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그게 창피한 것은 아니지

by Aphraates 2025. 2. 9.

불가피했다고.

그래서는 안 되는 데 사정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고.

인정은 한다.

그를 벗어나려고 애쓸 것도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그래선 안 된다.

대를 위하여 소가 희생한다든가, ()을 위해 사()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든가 하는 식으로 핑계를 대거나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시의적절해야 한다.

과유불급을 피해야 한다.

그래야 길이 평탄하든 굴곡이 있든 가는 길이 얼룩지지 않고 가면서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가 있다.

 

휴일을 따질 것은 아니다.

그래도 무슨 모임이든 주말이나 주일에 한다.

금요일 늦은 저녁도 많은 사람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한다.

무엇이 그렇다는 것일까.

공적이 아닌 사적인 모임이 그렇다.

(), (), 여행(旅行). 여러 가지가 그렇고 요즈음은 가문의 제사나 친지의 각종 소연(小宴)도 모이기 쉬운 날을 잡아 한다.

정작 먼저 가신 조상님들이나 행사 주인인 당사자들의 생각과는 별도로 남아있는 후손들이나 객인 행사 주체자들의 뜻에 따라 한다.

전통과 관례와 명목적인 것을 중히 여기는 구닥따리들한테는 못마땅한 일이지만 세상 흐름이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한다.

 

휴일을 찾는 것이, 날씨를 탓하는 것이 사치일 정도로 공정이 긴박하게 빡빡하게 돌아가고 있다.

꼭 그래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무리를 해서라도 참석할 수 있는데 핑계 같지 않은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냐는 빈축을 살지도 모르겠는데 한가롭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한파와 강풍이 몰아치는 대천 바닷가 현장 감리단 사무실에서였다.

업무를 하고 있자니 많은 생각이 오갔다.

만족보다는 불만 쪽이 더 강했다.

사전에 불참을 통보하긴 했으나 못 가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안 그러려고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러나 그런 침잠의 시간도 잠시였다.

방한 작업복과 안정 장구로 중무장한 젊은 기술자들이 현장을 오가며 일하는 것을 보니 배부르게 휴일 같은 소리 하고 있네하는 자책이 됐다.

청장노(靑莊老)로 구성된 50여 명의 저 작업자분들 대부분이 다 서울과 대구분들인데 보다 나은 조건에 있는 사람이 휴일이 어떻고, 대전이 어쩌고, 보령이 뭐고 한다는 것은 양심 불량이었다.

저분들이나 미당 선생이나 휴일과 관계없이 출근한 것이 좀 안타깝긴 하나 일할 수 있다거나 누가 불러주는 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됐다.

 

못 가서 서운해.

안 가서 미안해.

불가피했다고 변명하는 것 같은데 못 하고 안 해도 불가피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게 창피한 것은 아니니 양해해줬으면 한다.

불가피하게 답변에 제한이 되니 양해 못 하거나 안 해도 할 수 없고.

 

https://youtu.be/B74XeW8FEYM?si=F8y-fKm4nN8trNiY

나성에 가면 - 세샘 트리오 / 1978 (가사)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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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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