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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우동

by Aphraates 2025. 6. 3.

부산 수녀님께서 본원으로 연수를 오셨다고 했다.

성모병원에도 잠시 들리야 한다고도 있었다.

그냥 가시면 섭섭하니 차라도 한잔하시자고 하였더니 그러자면서 약속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셨다.

 

시간을 비워뒀었다.

몇 시간의 일정을 짜봤다.

늦은 점심이라도 모시고 싶어서 식당과 메뉴를 물색했다.

기획(企劃)통으로서도 2시간 정도 짧은 일정의 그림이 잘 안 나왔다.

잘 모시고 싶지만 부산 내려가시는 길인지라 부산스럽게 모시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궁리 끝에 주차하기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은 대전역 식당가를 검색했다.

성심당이 제격이지만 거긴 너무 바쁠 것이 뻔하여 피했다.

간단한 메뉴를 염두에 두고 찾아보니 1층에 일본식 우동 집이 있었다.

거기에서 우동에 김밥 정도로 하면 적당할 것 같았다.

 

성모병원에서 픽업하여 모시고 가면서 우동 한 그릇 어떠시냐고 하였더니 좋다고 하셨다.

틈새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대전역 역사 2층 주차장에 주차하고 1층 식당가로 갔더니 바로 그 식당이 있었다.

겐로쿠(元禄, げんろく) 우동이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이고, 잘 정제된 선진국 일본일지라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나 마다할 수 없는 것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동도 그중의 하나다.

우리 잔치 국수와 비슷한 일본 음식이다.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K푸드 라면 수출이 말해주듯이 우열을 가리기는 복잡하고 어렵다.

식당은 좁으면서도 한적하고, 여유롭고, 깨끗하고,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좀 서운하다면 전문 원조 우동집이라서 그런지 메뉴는 우동 한 가지라는 것이었다.

종류가 몇 가지 됐으나 넓게 보면 다 우동이었다.

우리 식이라면 인스턴트 면 종류로서 짬뽕, 메밀국수, hf, 신라면, 너구리......, 뭐 그런 식으로 구분되는 것이었다.

 

검은 제복으로 단정하게 차려입은 차림의 사장인지, 매니저인지, 종업원인지 하는 여자분이 친절하게 안내했다.

주문하면서 보니 김밥이 빠져 혹시 김밥 없느냐고 물으려고 하니 뭔지 알았다는 듯이 김밥은 앞집에서 사다가 드시면 된다고 알려줬다.

우동과 김밥은 한 몸이듯이 김밥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것 같았다.

본 메뉴인 우동을 주문하고는 얼른 앞집으로 가 꼬마 김밥을 사 왔다.

열차 안에서는 삶은 달걀에 캔맥주이듯이 역시 우동에는 김밥이었다.

우동도 격이 있었다.

양도 적당하고, 야채와 단무지 반찬도 산뜻하고, 맛있어 보이고, 구수한 것이 좋았다.

 

그 떼 그 시절 대전역 이야기도 나눴다.

원래 대전역 가락국수는 열차가 잠시 쉬었을 때 철로 변 부스에서 3분 이내로 서서 먹는 면발 굵고, 멸치 육수로 만든 것이 일품이었는데 세월 따라 없어져 아쉽다고 했더니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하셨다.

일본 전통 우동(うどん)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대전역, 대흥동 성당, 충남도청, 중앙로, 중앙시장과 역전 시장, 선화동과 대흥동의 옛 모습을 회상하며 줄줄이 얘기했더니 그러냐면서 재밌어하셨다.

 

우동 한 그릇.

말 그대로 소찬이었다.

조촐해도 참 좋았다.

우동 이상이었다.

백 첩 반상 부럽지 않았고, 진수성찬 대장금 수라상 못지않았다.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한 정겨운 밥상이 편안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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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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