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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실장 室長

by Aphraates 2025. 6. 20.

무소불위(無所不爲)였다.

날카롭다기보다는 무도한 칼이었다.

검객 당사자나 주변인들은 통쾌했는지 모르지만 휘두르는 칼에 당하거나 칼을 피하려고 전전긍긍한 사람들은 공포감 그 자체였다.

정황상 어쩔 수 없었는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정당화될 수 없는 폭거였다.

자유와 정의와 진리가 회화 되어 난무하기도 했다.

이게 아닌데, 저게 아닌데, 그게 아닌데 하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쏟아졌으나 걱정이 커지는 것 이외는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었다.

심지어는 그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우리가 어느 세상에서 ᅥ살았던가 하고 후회막급을 뼈저리게 느낀 것은 만신창이가 되고 난 한 참 후였다.

그래도 잘 버텨왔다.

아픈 역사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서도 그를 벗어나기 위하여 무던한 노력과 희생과 대가를 치렀다.

 

그 결과는 달콤했다.

세상은 그르침이 없었다.

비록 언제 다시 아픈 기억을 까마득하게 잊고 또다시 늪에 빠지는 우를 범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남아있을지라도 우리는 굴하지 않았고, 비굴하지 않았다.

 

일그러진 영웅(英雄)이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간웅(奸雄)이었다.

다시 있어서는 안 될 화상(畵像)이었다.

그런 소리를 듣는 사람도 슬프겠지만 그런 사람과 함께 한 사람은 더 안타깝고 속상하다.

 

() 실장님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잘 나갈 때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거칠 것이 없었다.

서슬이 시퍼렜다.

산천초목이 다 떨었다.

낙동강 오리알이 되면서는 동네북이 됐다.

동네 강아지 이름 불리듯이 무시와 멸시를 당했다.

시도 때도 없이 개나 걸리나 다 때리고 부른다.

밉다고 두드리고, 기분 나쁘다고 걷어차고, 무슨 소리인지 궁금하다 두들겨 보고, 성한지 찢어졌는지 확인한다고 때리고, 소리가 뭐 그렇게 크거나 왜 그렇게 작으냐고 팼다.

 

잠시의 짬도 안 줬다.

과거를 뒤돌아보고 반성할 기회도 주질 않았다.

그런 것은 돼지코에 진주이니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었다.

계속되는 악재로 고생고생하다가 몰래 집에 와 발 닦고 한술 뜨려고 하면 생면부지의 꼬맹이가 찾아와 문을 두드리며 지급 밥알이 입으러 넘어가느냐며 그럴 새 없으니 어여 나오라고 재촉했다.

얼른 그에 응했다.

잠시라도 머뭇거리면 전보다 더한 혹독한 회초리가 나온다.

걸핏하면 조사실로 출두하라 했고, 여차하면 잡혀 들어갔다.

처음에는 그게 아니고 나는 아니라고 항변과 반항도 해봤다.

하지만 지은 죄를 단죄해야 한다는 도도한 흐름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인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반대로 그런 말은 사치라며 혹독하게 다뤄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대체로 입여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니 아무 소리하지 말고 하라는 대로 하라는 게 대세였다.

떵떵거리며 한세상 풍미했으면 됐지 얼마나 더 누리려고 하느냐며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자중자애하라고 압박했다.

본인도 그를 짐작했었던가 보다.

아니 각오했었던 것 같다.

오라며 오고, 가라면 갔다.

때리면 맞고, 구박하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의 현장을 목격하며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고 혀를 차던 그 떼 그 시절은 40여 년 전의 얘기다.

그런데 그런 장면이 복고풍식으로 되돌아왔고, 그런 사람이 돌아온 장고처럼 나타났다.

데자뷰도 그런 데자부가 없을 것 같다.

 

<조은석 특검, 석방 앞둔 김용현 추가 기소"불법 기소, 사퇴하라"(종합)> 라는 기사다.

()-()-() 실장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끈이다.

참으로 얄궂다.

아픈 역사이자 서글픈 현실의 진행형이다.

그들만의 역사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공동책이니 잊고 잊어야 맞을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문제가 난해하다.

원론적인 면에서는 벌써 답이 나와 있다.

죄는 미워하더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라돈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지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그러나 부차적인 면에서는 복잡다단하여 답을 내기가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여기 성인군자 났네라는 말을 듣거나 공자 앞에서 문자쓰느냐라는 수모를 당한다.

왼쪽 뺨을 맞았으니 오른쪽 뺨도 내놓을 정도로 너그러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며 나는 한 대 맞았지만 너는 열 대를 맞아야 한다고 때리면서 인과응보이자 자업자득인 것을 누굴 원망하지 말라고 비웃는다.

 

절대로 벌어져서는 안 되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 모습과도 궤를 같이한다.

 

네가 새총을 쌌다냐.

나는 딱총이다.

그래, 그럼 다시 M1 소총 단발 탄을 받아라.

알았다, 그럼 여기 M16 연발탄을 맞아라.

어쭈구리, 총알 세례를 받고 가만히 있으면 바보지. 여기 수류탄 날아가니 잘 받아라.

어어어, 장난이 아니네. 웃자고 한 것인데 죽자고 대들면 그렇게 해주는 수밖에 없지. 이번에는 105mm 자주포니 어디 한번 맞아봐라.

알았어, 너 죽고 나 죽고다 이거지. 네가 먼저 건드린 것이니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번에는 한 방으로 사방팔방을 초토화할 수 있는 폭탄 비 세례를 퍼부으니 맛이 어떤지 짭짤하게 먹어봐라.

콜콜콜이다, 막무가내에 맞보기라 이거지. 어지간하면 참으려 했는데 도저히 아 되겠다. 여기 정조준된 묵직한 미사일을 쏴 올리니 어떤지 구경이나 좀 해봐라.

 

결국은 서로가 으름장이다.

칼집의 칼을 만지작거린다.

요 것 봐라, 저거 봐라 하면서 큰 놈 하나 날려 보낼까 말까 하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리되면 피아(彼我) 끝장인데 그 같은 병정놀이를 하고 있다.

서로 배 내밀다가 정말로 큰 싸움이 벌어져 종말을 고할 텐데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해서는 안 될 것을 경험해보려고 폼을 잡는 것은 무슨 시츄레이션인지 모르겠다.

 

아니 된다.

실장(室長)도 국가(國家)도 영어의 몸이 돼서는 아니 된다.

시간이 급박하여 그럴 상황이 못 된다면 일단은 멈추기 위한 완충지대라도 만들어 너도 망신 나도 망신인 치고받기를 막아야 한다.

 

https://youtu.be/l6cDJf1g-vE?si=EGUkenJavpfaxGkS

김세화 - '내 노래에 날개가 있다면' [콘서트7080, 2005] | Kim Se-hwa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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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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