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병은 특과 중의 특과였다.
꿈속에서라도 가고 싶지 않은 군대인 보통 사람에게 있어서 집에서 도시락 폭탄을 들고 출퇴근하는 전설의 특수부대 방위병은 번쩍거리는 별을 단 장군 부럽지 않았다.
남들은 집 떠나 3년 동안 뺑뺑이 도는 군 생활하는 너희들은 몇 주 훈련하는 것으로 끝내니 더 박박 기어야 한다며 빡세게 돌리는 바람에 땟국물이 줄줄 흐르며 빛바래고 남루한 개구리 복을 입고 다닐지라도 손이 베질 정도로 각을 세운 제복에 파리 넘어질 정도로 반들거리는 군화를 신고 폼잡는 것보다 백 배 멋져 보였다.
머리를 박박 깎고 입영 준비하는 장정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겉보기는 초라했으니 속은 화려했다.
옛날얘기다.
한 번 군에 들어갔다 하면 3년을 거의 채웠다.
공군과 해군은 좀 편하다고 해서 복무기간이 3년을 넘었다.
군에서 혈기왕성한 청춘을 불살랐다.
지금은 군대 환경이 많이 달라졌단다.
그래도 대한의 건아로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하기 위하여 자원, 입대하는 것은 객기를 부리는 것이나 무엇인가에 대하여 화풀이하는 것이라는 기조는 옛날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징집 대상자가 부족하여 어지간하면 현역으로 간다고 하는데 안 가는 사람은 용케도 안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에누리 없는 장사는 없듯이 빠듯해도 빠져나갈 틈새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 틈새는 비군인 출신의 여성이 병무청장의 부임으로 더 좁아지긴 할 텐데 그 틈새를 다 없애면 전후좌우 고저를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줄이는 데 역점을 두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징집자들에게는 방위가 별보다 높았다.
꿩 잡는 게 매다.
면(동)사무소나 지서(파출소)에서 방위를 서는 지인들을 보면 부러웠다.
때깔은 안 나지만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은 군대도 못 가고 방위병 한다고 웃기도 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안 갈 수 있으면 어떻게든 안 가는 게 최고라던 군대에 안 가는 것만큼 선택받은 인생도 드물 것이다.
미당 선생도 방위병이 될 뻔했다.
손을 쓴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랬다.
신검(身檢) 후 계속 보충역으로 있었다.
1973년 12월만 지나면 방위로 떨어질 판이었다.
그런데 그해 12월 초에 군대 영장이 나왔다.
청천벽력이었다.
군대 안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영장이라니 까무러칠 뻔했다.
그 한 달을 못 참고 영장이 나온 것이다.
밥맛이 뚝 떨어졌다.
살맛이 안 났다.
아무도 안 보이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O 밟고 넘어진 것보다도 훨씬 재수 없는 일이었다.
억울했다.
진짜 방위병 소집 대상자들한테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약삭빠른 사람들은 있는 거 없는 거 다 동원해서 미꾸라지처럼 피하며 군대에 안 가는데 이거는 차려 놓은 밥상도 못 찾아 먹고 끌려 가게 됐으니 원통했다.
다 지나고 나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그때는 정말로 앞이 캄캄했다.
전화위복이 되어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하고 그 대가로 지금까지 큰 탈 없이 잘살고 있어 고맙긴 하다.
하나 지금도 군대에 가야 하나요 가지 말아야 하나요 라고 묻는다면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면 가지 말라 강력히 권고하고 싶다.
방위병 출신이 국방부 장관에 지명됐다 하여 화제다.
이례적이다
병역 얘기라면 그보다 더 극적이고 신출귀몰한 사례가 있기도 하지만 군에 안 가본 것이나 마찬가지인 인사가 군을 총괄하는 장관이 된다니 눈여겨볼 일이다.
직접적이진 않으나 간접적으로 충분히 경력을 쌓고 실력을 연마하여 문민 국방부 장관으로서 잘 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도 조금 걱정은 된다.
가장 낮은 계급인 작대기 하나 이등병 방위병(단기사병) 출신이 가장 높은 계급인 4성 장군들을 휘하에 두고 호령하게 됐으니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기대를 해본다.
덧붙인다.
방위병이든 장군이든 군인은 군인이다.
방위병이 있어야 장군도 있고, 장군이 있어야 방위병도 있는 거다.
높고 낮음을 떠나 공생 공존 동고동락의 묘를 살렸으면 한다.
격동치 던 일련의 사태로 군인 사기가 많이 저하됐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빨리 그를 벗어나 본연의 자세에서 지덕체를 연마하는 강한 군인이 되었으면 한다.
당사자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으로 국민과 위정자들이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 그를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될 것이라 확신하고 믿는다.
https://youtu.be/oD0K1RnaYp4?si=HUjk9_uMyS-AmPMf
<http://kimjyyhm.tistory.com>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