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일도 있구나.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
일상인 것인지, 생경한 것인지.
근로자의 권익 신장인지, 사용자의 경영 위기인지.
요해하기 어렵다.
퇴사 통보는 순식간…남겨진 사장님은 '속수무책' [올댓체크]

최근 강남의 한 치과가 이틀 만에 퇴사한 직원에게 18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해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사전에 정하는 계약'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첫 출근 날 작성한 '퇴사 한 달 전 고지 확인서'도 법적 효력은 없습니다.
퇴사한 직원 A씨는 "면접에서 들은 내용과 실제 업무가 달랐고, 새벽 근무 가능성까지 통보받아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을 두고 누리꾼들은 "면접 설명과 다른 업무면 오히려 사업주가 계약 위반 아닌가"라는 비판과 "이틀 만에 관두면 사업장 피해는 누가 책임지냐"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직원 A씨의 대응이 정당하지만, 현실에서는 갑작스러운 퇴사로 사업장이 곤란을 겪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예고 없는 퇴사, 무단결근, 연락두절 등으로 영업에 큰 차질이 생겨도 어떠한 보상도 받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꾸준히 올라옵니다.
청주에서 소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정모 씨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 씨는 "갑작스러운 퇴사는 5번 중 1~2번꼴로 발생하는 편"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경험한 사례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당일 통보형입니다. "출근 한 시간 전에 '오늘 못 나가겠다'고 연락이 온다. 간혹 설득하면 그날만 나오기도 하지만 흔치 않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잠수형입니다. "출근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고 연락도 안 되다가 밤이나 다음날 '못 나간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월급날이 되어서야 '월급만 보내달라'고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 씨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피해가 단순히 인력 공백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루 인력을 예상해 업무를 배치하기 때문에 한 명이 비면 서비스 질이 무너진다. 사장과 알바 둘이 일하는 날이면 손님들에게 죄송하다 못해 환불이 맞을 정도로 어려워질 때도 있다. 특히 요식업은 단체 예약이나 갑작스러운 피크 타임에 인력이 비면 그날 영업이 통째로 흔들린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알바는 마음대로 그만둘 수 있지만, 사장은 이를 막을 현실적 방법이 없다는 점이 가장 답답하다"며 "혹시 업무가 힘들다고 급여 인상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바로 그만두지 않을까 늘 걱정한다. 지금처럼 자영업이 어려운 시기엔 매출보다 이런 '부수적 위험'이 더 무섭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현실임에도, 법적으로 사업주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고 말합니다.
주세돈 변호사는 "퇴사 상황과 관련해 '사업주 보호 장치'는 현행법에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론상 고용계약 위반으로 회사에 명백한 손해가 발생했다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시도할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청구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퇴사와 영업 손실 사이의 인과관계, 대체 인력 투입이 불가능했다는 점, 손해 금액 산정 등 모든 요소를 사업주가 입증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론 대응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사업장이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퇴사 시 패널티', '1개월 전 통보 없으면 위약금' 같은 조항을 넣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명확한 불법입니다.
퇴사 통보 의무 기간을 두거나 사전 위약금을 부과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7조(강제근로 금지) 위반에 해당되며,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중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로 불법적인 '퇴사 예고 조항', 사전 위약금 약정 등을 넣으면서 또 다른 근로자 피해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모 씨 역시 "자영업자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이런 문제에서는 피고용인만 우선되는 구조라 사장은 항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프리랜서나 단기근로라도 '최소 며칠 전 퇴사 통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주 변호사는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법령 개정으로 제도화한다면 도입 여지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근로기준법 7조의 예외를 둬야 하므로 법 구조 전반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씨는 "갑작스러운 퇴사로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사업주가 입증했을 때, 피고용인에게도 일정한 불이익이 부과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래야 서로 조심하고 존중하는 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게시글을 파악한 결과, 자영업자들은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 자영업 분쟁을 전문적으로 상담·조정하는 기관 신설
▲ 무단퇴사·사전통보 불이행으로 발생한 영업 피해 신속 구제
▲ 프리랜서·단기 근로 계약의 4대 보험 부담 구조 조정
▲ 근로자 보호 중심 체계 속에서 최소한의 '사업주 보호 장치' 마련
지난달 14일 디지털토크라이브에서 방송인 홍석천 씨도 "자영업 사장님들 사이에서 직원과 아르바이트를 위한 정책은 많은데, 정작 사장님들이 '을(乙)'이 된 지 너무 오래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자영업자의 고충을 들을 곳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근로자 vs 사업주'의 문제가 아니라, 예고 없는 퇴사가 초래하는 현실적 피해를 조정할 제도가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법체계가 근로자 보호 중심으로 설계된 것은 필수지만, 예측 불가능한 인력 공백으로 생계 자체가 흔들리는 자영업자의 구조적 어려움 역시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 기자 jeong.minah@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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