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방송을 들으니 귀향 행렬도 예전 같지 않은 듯하다.
외국으로 외국으로 하는 공항을 제외하고는 차량 소통도 비교적 원활하고 귀성과 역귀성도 차분한 것 같다.
자연스러운 귀결이 아닌가 한다.
쓸쓸한 것을 넘어 삭막하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과 인식도 달라졌는데 명절 분위기가 그대로일 수는 없는 것이다.
향촌댁(鄕村宅)도 그를 거역할 순 없는가 보다.
기다림도, 설레임도, 분주함도 없이 연휴를 평일처럼 보내고 있다.
시간이 없나, 돈이 없나, 갈 곳이 없나, 할 것이 없나......, 그런 것들이 많기도 하지만 에둘러 행할 맘과 상황이 아니다.
가볍게 찾아뵐 분이나 문병할 것 이외는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설날 새벽에 본가 선영으로 가 가족들과 함께 성묘(省墓)의 예를 드리며 명절은 끝인 일정표다.
주일(主日)이다.
아침은 걸렀다.
어제 화기애애한 소맥 폭탄으로 엷은 경상을 입은 터라 별 생각이 없었다.
속이 좀 거북하지만 배가 고프진 않았다.
점심도 패스였다.
공동체 미사를 봉헌하고 집에 와서는 성모회(聖母會) 표 녹두전을 비롯한 각종 전 몇 점과 좋아하는 식회 한컴으로 때웠다.
아침과 점심을 그리 갈무리하고 뒹굴뒹굴했다.
저녁은 달랐다.
날이 저물자 뭘 좀 먹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식음전폐(食飮全廢)는 하루를 버티지 못했다.
갑신정변의 삼일천하는 고사하고 일일천하도 아닌 반일천하(半日天下)로 끝나고 말았다.
소중한 선물을 꺼냈다.
아이들 머리통만 한 사과와 배 그리고, 어른 주먹 뎅 이만한 곶감을 하나씩 꺼내 이등분하여 나눠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좀 부족했다.
과일은 몇 %가 수분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주듯이 우리의 외식 단골 메뉴인 공주(公州) 칼국수 한 그릇 생각이 났다.
그런데 여건이 여의찮았다.
집 근처에 있는 그 식당은 일요일 휴무다.
그 칼국수를 먹으려면 대전 시내 어디엔가는 있을 다른 공주 칼국숫집을 찾아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기는 싫었다.

꿩 대신 닭이었다.
길 건너편에 있는 “소담”으로 갔다.
맛은 좀 다르나 우리 입맛에도 맞고 수준급이다.
메뉴판은 볼 것도 없었다.
자리에 앉아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터치할 것도 없이 반갑게 인사하는 종업원에게 오프라인으로 매운 칼국수 두 그릇 주문했다.
먼저 나온 보리밥을 콩나물과 생채와 고추장으로 비벼 먹었다.
이어서 쪽파와 소고기를 고명으로 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붉은 색깔의 칼국수를 내왔다.
보기에도 맛있어 보였고, 맡기에도 구수하고 매워 군침이 돌았다.
접시에 좀 덜어 면 몇 젓가락과 국물 몇 스푼을 뜨자 “바로 이 맛이야.”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딱이었다.
하나 그도 잠시였다.
몇 젓가락 안 먹었는데도 입 안이 얼얼하고 뒤통수와 얼굴에 땀이 났다.
그래도 이 정도야 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열기가 팍팍 올라왔다.
더워서 두른 목도리를 풀었다.
누가 보면 창피할 정도로 휴지를 많이 써서 땀을 훔쳤다.
매운 것을 가시기 위하여 찬물을 연시 마셔가면서 먹다 보니 반 조금 더 먹었을 뿐인데도 배가 불렀다.
물로 배를 채운 것이다.
매운 칼국수가 맛은 있었지만 맛을 음미할 수가 없이 괴로웠다.
음식을 남길 수는 없어서 종업원들과 다른 손님들 눈치 봐가면서 땀을 닦아가며 먹었다.
배고픈 것을 참는 것도 고역이지만 배를 채우는 것도 고역이었다.
저녁을 마쳤다.
“감사히 먹었습니다” 였다.
그릇을 깨끗이 비우진 못했다.
놋그릇에 남아있는 보약 같은 국물은 해결하지 못하고 남겼다.
정업원이 맛있게 드셨냐고 인사했다.
잘 먹었다 하고는 얼굴을 손으로 부쳐가면서 “겁대가리 없이 매운 칼국수를 시켜서 혼났다” 라고 하였더니 웃으면서 다음에는 안 매운 것으로 드시라고 하여 함께 웃었다.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됐을 텐데 왜 엉뚱한 짓을 해서......,
무심결에 꼬장 부리며 한 번 튀어봤다가 면 된통 당했다.
평소대로 매운 거 하나(데보라), 안 매운 거 하나(아프라아테스) 시키면 아무 탈 없이 만사 튼튼이로 즐거운 외식이 될 텐데 겁대가리 없이 씩씩하게 매운 거 두 개를 시켰으니 혼쭐날 만도 했다.
차가운 밖으로 나왔는데도 속의 매운 열기가 안 식어 씩씩거리자 데보라가 그렇게 매웠느냐며 얼른 가서 시원한 배 하나 깎아서 입가심하면 괜찮을 거라고 응원했다.
https://youtu.be/X7IuINEA-Lc?si=jFnXdWvsQpZn2T8R
<http://kimjyyhm.tistory.com>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