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참 요상한 일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닮으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옆에 있으면 나중에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주먹을 날려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싫어하는 사람을 닮아 가고 있으니 특이한 사람이다.
너 같은 사람은 사람도 아니라고 싫어한다면 본인은 당연히 그 반대편의 사람이어야 맞는데 판에 박은 듯이 둘이 닮은 것이다.
왜 그런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는 것을 본인이 모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양극과 양극이나 음극과 음극처럼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속 썩이는 남편의 못된 것만 닮은 자식을 보는 것처럼 자기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보면 자기를 보는 것 같아 미안해서 그럴 수도 있다.
서로가 가장 싫어하지만 자기들이 옳은데 다른 사람들이 몰라주기 때문이라고 착각해서 그럴 수도 있다.
원래 가장 싫어하는 사람과 같은 동족(同族)인데 그를 감추고 있다가 서서히 전모를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언뜻 생각해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닮으려고 하는 것이 정상일 거 같은데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닮아 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인간의 묘한 심리이자 논리의 모순이 아닌가 한다.
또한 그런 사람과 같은 하늘 아래 사는 것이 창피하다고 이를 갈면서도 정작 본인도 그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볼 때는 아주 불행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참으로 인간적이지 못한 사람이 아닌가 한다.
모임에서 여기서 원성이 자자한 사람이 다른데서 원성이 자자한 사람을 공격하는데 둘이 어떻게 그리도 닮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정곡을 찌르는 것 같아 “맞다!” 하면서 박수를 쳤다.
역시 사람을 자주 만나야 좋은 것도 얻고, 모르던 것도 알게 되고, 생각지도 못 하던 이야기도 듣는다.
그리고 그런 말 한 마디에 가슴이 후련해진다.
물론 그런 것이 정도가 지나치면 남을 흉보고, 불만을 토로하는 성토의 장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안주가 없으면 술 맛이 안 나는 것도 사실이니 맛보기로 그러는 것은 괜찮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는 어쩌다가 그런 말에 박수를 치며 웃어야 하는 우리들이 되었는지 착잡했다.
특이한 경우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 보여 약간의 의문점이 있어도 “그 거는 아니겠지. 암, 그럴 리가 없지. 본인은 안 그런데 남들이 뭔가 오해를 하는 것일 거야” 라고 좋게 생각하면서 지나치지만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닮는다고 하면서도 왜 자꾸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닮아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 자기 잘난 맛에 산다고 하지만 왜 그런 조소의 대상이 되어 함께 하는 사람들까지 울적하게 만드는 것인지 안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은 일만 있어도 격분하여 가장 싫어하는 사람과 연관시켜 “OO 같은 게 OO 같은 짓만 한다”, “미운 놈이 미운 짓만 한다”, “못난 놈이 못난 짓만 한다” 라고 한다.
그러나 본인 자신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닮았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지만 더 잘 할라고 할 것 없이 그런 소리나 듣지 말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닮은 내가 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닮자.
그러기에는 인성과 인품이 딸리고, 능력과 실력이 부족하고, 여건과 추종이 미흡하면 그를 숨기려고 할 거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할 수 있는데 까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자.
그런다고 그런 것이 악수(惡手)가 되게 하지는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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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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