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의 봉급은 얼마나 됩니까?
지금도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숙녀 나이 물어 보는 것만큼이나 실례가 될 거 같은데 다른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런 질문이 나와 난처할 때가 있다.
봉급이 얼마인지 밝히는 것이 큰 비밀이랄 것도 없다.
돈을 얼마 받느냐에 따라 사람 평가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들으면 아가씨 속치마를 보여 달라는 것처럼 영 떨떠름하다.
까까머리를 하고 막 취직을 하였을 때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시골 어른처럼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보면 또, 은행 구좌 새로 틀 때 신상 파악하는 것처럼 얼마인지 말하라면 이해가 되지만 그런 경우도 아니니 이상하다.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도 없어서 마지 못 해 그저 먹고 살만큼 받는다고 한다.
그런 답변을 듣는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시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게 물어 볼 때는 많이 받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물어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회사 생활도 오래 했고, 좋은 직장이라고 하니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받는다고 해야 물어본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답을 그렇게 흐릿하게 하니까 뭘 크게 숨긴다고 생각드는지 더 궁금해 하면서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하며 재차 물어본다.
연봉으로 한 1억?
묵묵부답이다.
2억은 안 될 테고 그럼 1억 5천?
빙그레 웃으면서 그 정도 받으면 팔자 고치겠다고 한다.
그러면 거짓말 하지 말라면서 솔직하게 얘기해 보라고 한다.
다시 1억을 받던 1천을 받던 다 쓰기 나름이고, 얼마를 받던 지금 내 나이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느냐며 다시 얼버무린다.
그럼 묻는 것을 포기하고 얼마는 받을 것이라며 자기 맘대로 턱도 없이 높은 액수로 단정 짓고 물러선다.
샐러리맨 봉급이 뻔하고, 이재(理財)도 그렇다.
봉급이 많으나 적으나 다 그게 그거다.
그리고 유산을 물려받았거나 억척스러운 재테크로 성공한 경우가 어쩌다가 있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정상적으로 불린다고 해봤자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이재에 실패한 경우라면 여실하게 표시가 난다.
우리 부부는 돈을 남다르게 중시하거나 경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봉급생활을 하면서도 봉급이 많다 적다 생각해 보거나 남들과 비교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중간치기로 적절하게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실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안정되고 짜임새 있게 직장생활을 하였으니 큰돈은 아니어도 어지간한 돈은 모였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를 쌓는 경우는 특이한 경우에 해당된다.
나는 그런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 보통이다.
히풍대풍하는 스타일은 아니어도 쥐어짜며 알뜰하게 모이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그런 이야기의 대상이 안 되는 그저 그런 살림살이다.
봉급 몇 번 남았다며 손가락을 꼽아가며 헤아리던 선배님들이 생각난다.
나도 정상적으로 정년퇴직을 한다 하여도 양 주먹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것을 둬 번 할 정도의 회수가 남았는데 분위기가 어수선하여 그나마도 장담할 수가 없다.
선배님들이 내가 벌써 이렇게 됐느냐고 허망해 하시며 손가락 꼽는 것을 봤을 때는 아직 멀었구먼 뭘 그러느냐며 위로해 드리곤 했는데 지금들은 그런 위로자도 없이 혼자 손가락을 헤아려야 하니 안으로 감춰진 초라함이 더 한 것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지나고 나면 그래도 봉급 받는 회수의 손가락이나마 헤아릴 때가 좋았다는 생각을 분명히 할 텐데 어떻게 잘 마무리하고 후속대책을 세워야 할지 무대책에 감도 없다.
그런 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 샐러리맨들의 희비곡선(喜悲曲線)이 아닌가 한다.
그를 느긋하게 생각하던 여유로움이 이제 작은 초조함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은데 머지않아 인생무상이라는 말을 실감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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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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