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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올드 보이와 걸

by Aphraates 2009. 4. 17.

전파 방송은 영상파 방송에 치여서 근근하게 숨만 쉬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잘 안 들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사람들이 의외로 라디오 프로그램들을 많이 청취하고 있었다.

그들이 선호하는 것은 주로 전파 방송의 장점을 살린 음악 토크 프로그램이지만 영상파 방송이 장점을 갖고 있는 시사 프로그램도 있었다.

나는 주로 혼자 진행하면서 가끔은 초청자가 출연하는 음악 토크 프로그램을 즐겨 듣는데 차량 오디오 시스템이 예전과는 달라서 음악을 듣노라면 웅장하여 가슴이 울렁거리기도 한다.


뉴스 프로그램은 잘 안 듣는다.

텔레비전이고 라디오고 뉴스만 나오면 꺼 버리고, 신문은 애당초부터 구독하지 않거나 아예 사설 같은 것은 안 본다는 불신과 무관심의 세상 풍조에 물든 경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허나 그 보다는 인터넷 영향이 크다.

그를 통하여 알고 있는 것들인데 반복되니까 식상하게 된다.

또한 언론들이 있는 그대로를 소상하게 알려주며 어떤 방향을 제시한다기 보다는 편향적으로 자기들 의견을 주장하며 구독자(청취자)한테 무조건 따라오라고 압박하는 것 같아서 무게를 두지 않게 된 것이다.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런데 그런 부정적인 인식을 받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활자 매체와 방송 매체에 대한 그런 시각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를 해소시키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거 같다.


요즈음은 출퇴근하는 길이 좀 멀고 시간이 걸리지만 한적한 길이어서 느긋한 맘으로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

텔레비전은 원래 안 좋아하니까 DMB는 달려 있으나 마나이고, 전문적인 음악은 들을 수준이 못 돼서 CD는 아직 가동도 안 시켜 봤으니 자연스럽게 FM방송을 듣는 것이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들의 음악은 많이 달라졌어도 진행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달라졌다면 음악 신청과 사연을 엽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으로 하는 것 정도였다.

색다르게 진행하는 낯설고 코믹한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귀에 익은 목소리와 낯설지 않은 패턴으로 방송되는 것이 많은데 놀랬다.

그 주역은 역시 “누나, 오빠” 라고 불리던 올드 보이와 걸(Old Boy & Girl)들이었다.

나이로 보나 시대 흐름으로 보나 인기를 누리던 그들이 그 때 그 시절부터 계속 그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것은 아닐 것이다.

한 동안 뒷방으로 물러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찾는 사람들이 많고, 인정을 받기 때문에 다시 나와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일 텐데 편안하게 진행하여 좋다.

며칠 전에는 희망곡인 “동백 아가씨”를 진행자가 자신 있다며 라이브로 구성지게 부르는 것을 들으며 나도 함께 운전대를 톡톡 치며 따라서 했다.

요즈음 아이들이라면 해야 할 상황이라면 누가 안 시켜도 나서서 하겠지만 그 진행자 나이 정도면 자신이 없다고 발뺌을 할 것 같은데 목청을 가다듬어 반주에 맞춰 거침없이 부르고 나서는 “저 잘 했지요?” 하면서 웃는데 참 좋게 느껴졌다.


참 좋은 올드 보이와 걸들이다.

한 때는 손수건과 하이힐이나 그보다 더한 것들 세례를 받으며 인기를 구사하던 그들이 이제는 좁은 공간의 스튜디오에서 조용하게 프로그램을 진행을 하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아직도 그런 명맥을 유지하며 나름대로의 관심을 받으며 산다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올드 보이와 걸들과 함께 하며 추억에 잠겨 즐거워하는 사람도 그들 이상으로 행복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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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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