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고복수씨의 간판 곡인 “타향살이”로 이어진 흘러간 옛 노래를 주제별로 분류해볼 때 사랑과 이별이 30%대로 가장 많단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20%대인 고향과 타향이고, 다음은 현실 반영과 풍자, 자연, 국가와 사상이라고 한다.
노래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나타내고 그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고 하듯이 우리들 마음속에는 늘 사랑과 고향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타향은 싫어 고향이 좋아” 라는 노랫말도 있다.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은 목소리로 힘겨우면서도 간드러지게 부르는 김(金) 모 가수의 노래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것을 다르게 생각하면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기도 한데 고향에서 살 것인지 타향에서 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내 의지대로만 할 수 없기에 고향과 타향에 대한 감정이 더 애달픈 것인지도 모른다.
외국의 어떤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태어난 고향에서 자라고,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정착하는 사람들은 서울사람들 빼고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대라고 하는데 순수한 서울 출신 토박이들보다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출신들이 더 많다니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은 적다는 이야기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으로 되어 있고, 전국 어디를 가나 천안 호두과자가 팔리고 있는데 굳이 지방색을 따질 것은 아닌 거 같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지방 출신이라고 하지만 자식은 서울에서 태어나 죽 살고 있는데 그 사람보고 서울 출신이 아니라고 하면 그 것도 이상할 거 같다.
타향살이는?
아무래도 서럽다.
고향은?
어찌 됐던 그립다.
그러나 막상 그럼 고향에 돌아가서 살라고 하면 여건이 맞지 않기 때문에 “예"라고 대답하며 달려갈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출향(出鄕)과 귀향(歸鄕)을 오락가락 하던 사람들도 타향살이를 하다가 판이 끝나고 나서야 고향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한다.
그런 걸 보면 고향은 마음의 안식처로서 좋은 것이지 고향에서 머물러 살 게 그냥 놔두지를 않고 그럴만한 여유도 없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한다.
나는 반(Semi) 타향살이다.
태어나서 자란 곳은 충청도 오지다.
살아 온 곳은 충청권 최대 도시다.
그러니 타향살이도 되고, 고향살이도 되는 폭이다.
양쪽을 다 경험하기 때문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잘 알고, 고향에 살면서도 좋은 것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도 잘 알고 있는데 불편 없이 잘 산다 하여도 타향살이는 역시 타향살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산다?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고국이 아닌 머나먼 이국에서 산다?
그리움이 깊을 것이다.
타향살이 하는 입장에서는 현실로 돌아가면 보잘 것 없는 고향과 고국이 소꿉장난 살림살이처럼 여겨지겠지만 사람이 근본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니 그런 고향과 고국일지라도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고향과 타향이 같지 않다.
한국과 외국이 문화와 습관이 다르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으니 무엇이 더 좋다 안 좋다 비교할 것이 없다.
그러나 자기만 노력하면 입에 쩍쩍 달라붙는 스테이크를 먹으며 입시지옥이 없는 지상낙원에서 살 수 있을지라도 김치와 된장 냄새만 맡아도 천 리는 도망가는 외국인을 그대로 쫓아갈 수는 없구나 하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미국에서 성공했다는 동생네에 한 번 다녀오더니 “잘 살기는 하더만서도 왜 좋은 고향을 놔두고 그런 타향살이를 하면서 맘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차던 어느 촌부(村夫)의 말이 틀린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둑막살이 고향을 내세우며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진취적이지 못 하다는 소리를 들을지 모르지만 그게 맘에 걸리기 보다는 타향살이 하면서 고향이나 고국에 찾아와 부모님 산소를 돌아본다던가 추억어린 곳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애련함이 잡히지 않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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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