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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by Aphraates 2010. 2. 24.

애간장>애


뜻) 초조한마음 속 또는 몹시 수고로움을 말한다.

인용구)

애를 먹인다.

애간장을 태운다.

애간장을 녹인다.

애간장이 마르다.

애간장이 저미다.

작은 놈인 “애”나 큰 놈인 “애간장”이란 말이 들어가면 한결같이 급박하고, 안타깝고, 애처로운 사정이 있음을 연상케 한다.


아, 그 큰 애기.

얼마나 애를 먹이는지 몰라요.


이 말은 이 재 (하상 바오로) 형님이 자주 쓰시는 말이다.

난감한 일을 당하였을 때, 안 그래야 할 사람이 말썽을 부리면 그 말과 함께 껄껄 웃으시며 깔끔하게 처리하곤 하셨다.

그 분은 현역에서 전역하시고 난 후에 예비군 중대장을 오랫동안 하시다가 퇴임하시었다.

화끈하고 폼에 사는 경상도 사나이로서 참 좋으신 분이다.

그런데 무심한 이 아우는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느냐고 안부를 묻기도 미안할 정도로 소원해지고 있으니 죄송할 따름이다.


오늘 병원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고 나오는데 그 말이 생각났다.

오늘이면 웬만한 치료가 끝날 줄 알고 예약된 진료 시간보다 일찍 병원에 갔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으니 이 주간 더 약을 복용하며 치료를 받으라고 하셨다.

나도 모르게 이 재 형님이 하시던 말씀이 튀어 나와 혼자 중얼거렸다.

아, 이 거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애 먹이네.

벌써 삼 개월이잖아?

좋아지든 나빠지든 가부간 끝장을 보자며 팍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여간 성가시러운 게 아니네.


醫) 담배와 술은 안 하시고, 코는 잘 푸시지요?

患) 네. 담배는 끊은 지 몇 달 됐고요 술은 어쩌다가 조금씩 하는데 무리하게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피곤할 때 가끔 귀가 멍하긴 해도 지내는데 는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醫) 아닙니다. 아직도 귀가 꽉 막혀 있어요.

患) 그래요?

醫) 그 거 참 이상하네. 뚫릴 때가 됐는데. 약을 드시면서 한 이 주일 기다렸다가 그 때도 지금 같으면 별도의 치료를 해야겠습니다. 괜찮으세요?

患) 좋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지요.


왼쪽 귀가 그렇게 몇 달 째 애를 먹이고 있다.

치료 중이라서 술과 담배를 안 하니 몸 컨디션은 좋다.

그러나 영 심심하다.

그래서 오늘은 치료가 끝난 기념으로 한 잔 걸쳐볼까 했는데 그럴 날이 언제인지 장담할 수가 없으니 라이터 돌만한 것이 애를 먹인다는 푸념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2년 전에 들은 간접 펀드가 내일이면 환매가 된다.

그런데 반쪽이 나 버렸다.

담당자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다 잘 해 보려고 그런 것인데 어쩌겠느냐면서 나는 괜찮으니 다른 사람들이나 잘 위로해 드리라고 말은 했지만 애가 탔다.

주식 시장이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닌데 처음 두 종목에 들어갔을 때 너무 높은 가격으로 들어가고, 펀드 매니저는 그 정도 환매조건이야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별도 조치 없이 기다리고, 주인은 보험증권사만 믿고 무관심 한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

불어나도 시원치 않은데 쌩 돈이 그렇게 날아가 버렸으니 성질이 안 나면 사람도 아니지만 지금 와서 그래봐야 사람만 추해지고 멍한 귓구멍만 더 안 좋을 것이 뻔하다.

그래서 나도 그 형님처럼 껄껄 웃으면서 “그거 참 애 먹이네” 하고 대범하게 넘기고는 있지만 이거 어디다 화풀이라도 한 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때문에 말이 없어졌다.

갈마 카페 모임에서 바쁜 아우님을 도와 과메기 껍질을 벗겨주는 일을 도와주면서도 술 한 잔 마신 상태로 그 애를 삭히려니 어려웠다.

그런다고 나아질 것도 없다고 체념은 하였지만 그래도 알쩐한 것은 가시질 않았는데 그런 내 심정을 모르고 몸이 안 좋아서 술을 안 마시는 거라 여기고 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다가 왔다.

내 돈이 안 되려고 그런 것이니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재미나게 놀다가 오라고 위로하던 데보라한테도 미안했지만 그렇게 잘 안 되는 것은 그게 나의 한계이니 애와 애간장에 대한 속이나 좀 더 끓이다가 끝내야 할 거 같다는 예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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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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