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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연말정산, 꽝!

by Aphraates 2010. 2. 25.

올 해는 세금 연말정산이 좀 늦어졌다.

대신에 정산에 필요한 자료는 대부분 국세청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거나 번거로운 것은 별로 없었다.


연말정산이 시작되고서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연말정산이 13월의 보너스가 될지 아니면 세금폭탄이 될지 불투명하니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연말 정산을 하면 세금을 환급받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그 돈은 유리지갑의 샐러리맨들이 만져볼 수 있는 제법 짭짤한 공돈으로 아주 요긴하게도 쓰였다.

살구나무 집의 밀린 술값도 갚고, 기발한 수법으로 조성하여 아무도 모르는 구중궁궐에 비자금으로 꼬부치기도 하고, 부모님과 아이들한테 용돈도 듬뿍 주어 가장의 체면을 세우는데 일조를 했지만 거기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어 언젠가부터는 집 통장으로 직접 들어가 그를 조금 감추거나 얻어 쓰려면 여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입지가 좁아졌는데 그나마도 올 해는 달라진 소득공제와 세법 때문에 열 명 중에서 두세 명은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할지 모른다니......, 그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와 보도인지 낙담들이 대단했었다.


샐러리맨들의 암울한 사태였다.

한 밑천 잡으려고 했더니 희망이 사라졌다고 절망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빵구난 비자금 충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반면에 그런 풍문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연말정산에 대해서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런 전례가 드물었고, 그렇게 될 리도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행여 그런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다 해도 재수 없이 내가 걸리겠느냐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나는 예감이 좋지 않았다.

남들은 세금 정산금이 언제 나오면 어디어디에다가 쓸 거라고 꿈에 부풀어 있었지만 나는 얘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전주에 내려가 있는 1년 동안 특수 근무를 하여 소득이 높았고, 그 소득 수준에는 과세율이 높을 텐데 그에 맞게 세금을 원천징수하였는지 아무래도 의문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 예감이 그냥 예감이 아니었는가 보다.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

연말 세금 정산금 입금 예정일이 되었는데도 입금이 되지 않아 회사 사이트로 들어가서 확인해 봤더니 몇 십만 원 추가로 납부해야한다는 원천징수 계산서가 올라와 있었다.


직장생활 33년 만에 납득하기 어려운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이럴 수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면서 당황스러웠다.

연말 정산은 수작업이 아니라 전산시스템에서 자동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1원도 오차 없이 정확할 것이고, 세금을 적게 냈으니 연말에 더 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인정하면서도 연말 정산을 하여 세금을 더 낸 경험을 한 번도 해보질 못 했으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확인이라도 해 보고 싶어서 담당자한테 다시 환 번 확인해 보라고 부탁하였더니 아주 친절하게 문의 사항에 대하여 조목조목 설명을 하여 그 답을 이메일로 보내왔다.

혹시나 하고 기다렸지만 꿈도 야무지다는 격으로 답을 받았으니 너무 서운해서 그런 것은 그렇게 안 친절해도 좋은데 왜 그렇게 친절한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했다.


연말 세금 정산한 것이 마이너스(환급)가 아니라 플러스(추가납부)라?

속상한 일이다.

세법 개정이나 공제 한도를 넓히거나 하는 문제를 떠나 크던 작던 해마다 다만 얼마라도 환급받던 연말정산이었다.

그 돈을 몰래 감춰 놓고 비자금으로 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연말 정산을 받아 그 돈을 내 놓으며 큰소리치는 재미가 솔솔 했는데 올 해는 오히려 더 물어내야 한다니 공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이 그런 것이 아닌데 허탈했다.

퇴직 후에는 돈을 더 벌려고 하지 말고 건강관리나 하면서 돈을 안 쓰는 법을 터득하고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상갓집에서 만난 동창생의 말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그러저런 즐거움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것도 삶의 지혜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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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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