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때 뵙지도 못 했고, 대보름 날도 다가 오고 하여 겸사겸사해서 상도동 어머니를 찾아가 뵈었다.
강령하시었다.
점심에 만두 2개, 도토리 묵, 조금이지만 밥과 소고기 국 한 그릇 씩을 다 드시어 기분이 좋았다.
말씀도 계속 하셨다.
시골집에 가야 한다, 농사를 지어야 한다,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입고 다녀야 한다, 남들과 싸우지 말고 좋게만 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확인이라도 해봐야 된다는 표정이셨다.
옛날에는 그런 어머니가 여간 성가시러운 것이 아니었다.
우리들이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계신 청양 미당 본가에 가거나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대전 우리 집에 오시면 그런 투의 말씀을 얼마나 하시는지 알아들었으니 제발 그만하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러나 지금은 기력이 좋으실 때나 그런 말씀을 조금 하시지 기력이 없으실 때는 그런 말씀조차도 없으시어 제발 그런 말씀이라도 하시라고 이런저런 말을 붙여 보지만 잘 안 될 때가 많다.
오늘 어머니께서 예전처럼 자식들 걱정하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니 건강이 좋으시다는 것을 대번 알 수가 있었는데 그 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어머니가 웃으시고, 함께 한 자식들이 좋아하는 데는 김연아 선수가 일조를 해 주어 고마웠다.
점심 식사 후에 가족들이 둘러 앉아 단물(커피“어머니께서 그렇게 부르신다)을 마시며 캐나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의 피겨 스케이팅에 참가 한 우리나라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였다.
응원을 하다가 정작 김연아 선수 차례가 되어 경기장에 나왔을 때는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제발 점프할 때 실수만하지 마라. 그럼 모든 것이 좋게 끝난다” 라는 생각으로 경기하는 모습을 정면으로 쳐다보지도 못 하고 숨을 죽이고 응원을 했다.
성호(聖號)를 긋고 담담하게 출전하는 그 어린 선수에 대해서 믿는 구석은 있었지만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왜 저렇게 뱅글뱅글 도느나면서 춥겠다고 말씀하시는가 하면 환호하는 관중과 분위기에 편승하시는지 참 잘 한다며 환하게 웃으시고 박수도 치셨다.
어머니께서 피겨 스케이팅이 무엇인지, 경기 결과 합계 점수가 계산되어 나오는 것인지 아실 리 없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그를 모르면서도 그 분위기에 젖어 하던 일을 멈추고 함께 점핑하는 것처럼 느끼듯이 국민들이 펼치는 응원의 열기가 어머니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런 열광에 답이라도 하듯이 결과적으로 김연아 선수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실수 하나 없이 피겨 사상 역대 최대점수인 228점으로 2위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큰 점수 차이로 젖히고 금메달을 땄다.
수상까지 나와서 응원을 하던 일본에서는 마오 선수한테 너무 후한 점수를 주었다는 외신에도 불구하고 높은 난이도를 들먹이며 점수가 너무 짜게 나왔다고 불만과 아쉬움을 표시했다는데 피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우리들이 볼 때도 그 거는 아닌 거 같다.
피겨뿐만이 아니라 모든 경기와 인간과 자연의 모습은 흐르는 물을 보듯이 “그냥 보기 좋더라” 하면 그게 좋은 것이고 잘 하는 것이지 난해하고 공들여 만들어졌다고 해서 좋고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강령하신 어머니를 뵈서 기분 좋고, 어머니와 함께 한 마리 학이 춤을 추듯이 하고 세계 최고로 인정받은 김연아 선수를 봐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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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