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에 걸쳐서 동남아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이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빈곤 문제다.
나라마다 여건이 다 좋은 데 왜 이렇게 못 살까? 하는 것이다.
불가사의(不可思議)하다고 까지 말할 거는 아니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등 동남아 대부분의 국가들이 가난을 면치 못 하는 것이 비슷하다.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타국에서 타국 기준으로 볼 때 그런 것이지 자국에서 자국 기준으로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고 반론할지도 모르지만 절대적으로든 상대적으로든 못 사는 것은 맞다.
참고로 말하면 세계적인 행복지수 조사 결과는 들쑥날쑥 이다.
열거한 동남아국가들은 적어도 우리 입장에서 보면 대단하다.
국토와 해양도 널찍하다.
자원도 많다.
인구도 많다.
경작도 잘 된다.
국방비를 포함한 체제수호 경비로 들어갈 것도 별로 없다.
그런데도 작은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나 중국 특별구역인 홍콩, 마카오, 타이완을 큰형님 모시듯이 하면서 궁핍하게 살고 있다.
기아와 질병과 내전에 시달리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나라들보다는 좀 나을지 몰라도 오십보백보 수준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들 한다.
그 얘기를 들어보면 일정부분 수긍이 되지만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모든 것이 풍족하다보니 좀 게으르다는 약점이 치명적이란다.
그래도 그렇게 뒤처질 것은 아닌 거 같다.
현지인 여행 가이드들 하는 말이 우리나라에 와서 취업하고 싶다고 한다.
19960년대 만 해도 도와주던 대한민국에 들어가 취업하여 사는 것이 평생의 꿈이라니 우리들로서는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방안통수 지도자들 때문에 지역 발전이 안 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표를 단 지방 신문 기사에서 필리핀과 장충 체육관을 예로 들었다.
50년 전 즈음에 우리나라가 돈과 기술이 없어 필리핀에서 원조 차원으로 지어 준 장충체육관이 현재의 동남아 국가들과 대한민국을 비교하는 상징물이라는 것이다.
역시 사람이고 나라고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가 보다.
하느님께서는 공평하시다.
골고루 나눠 주셨다.
열대지방에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온대지방에는 우수한 인력자원을 주셨다.
그를 사이좋게 나누라고 하였는데 그러질 못하는 바람에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게 인간이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빈부차이(貧富差異)가 확연하게 드러나게 된 것이다.
무능한 남편을 둔 아내는 속 터진다.
사치스런 아내를 둔 남편은 속 끓는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당사자는 심각하지만 듣는 사람은 재밌다.
어느 한 쪽이 부족하여 고생하는 것이 고소하다는 것이 아니다.
대개의 집은 그런 불균형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굴러가는 것이 신기해서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하여 사는 게 다 그러나 너무 아옹거리지 말고 살라고 하며 웃는 것이다.
허술한 점심 한 끼니 때우고서도 늘어지게 한 잠을 자야만이 움직일 수 있는 가난한 열대 지방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여 그러지 말고 팔팔하게 일 좀 하고 열심히 살라고 하지만 그게 한계인지라 안 되는 것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자원이 풍부하고 경작 조간이 좋은 열대 지방으로 가서 살면 금방 부자가 될 거 같아도 가서 있다 보면 내내 열대지방에 동화되어 같아지는 것이다.
그렇다.
다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가 좋으면 하나가 나쁘고 한 것이다.
한 곳으로 쏠리면 부작용이 일기 마련이다.
돈 한 번 손에 들어가면 나올 줄 모르게 안안팍으로 둘 다 지독하면 동네 땅 사고, 동네 아파트 다 사가라고?
세상이 그렇게는 안 되는 것이다.
들어오는 구멍이 있으면 나가는 구멍이 있다.
빠지는 구멍이 있으면 채워지는 구멍이 있는 것이다.
그게 구멍의 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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