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제사 음식을 장만하는 동안 막내아들은 갓난엄니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만보기를 깜빡 하고 안 차고 가서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지만
3시간 정도 걸린 것으로 추측해 볼 때 3만보에 10km 정도가 되는 들길과 산길이었다.
감나무골의 엄니와 아버지 유택 을 시작으로 이 곳 " 벌터"로 이사오기 전 (1950년대말로 추정)까지 살던 "한터"와 종중이 있는 "대출"을 오가실 때 넘던 앞산 마루턱, 운동회 때나 하얀 옷을 입고 가셨던 학교, 가끔 가시던 미당 장터와 냇가 길, 조금 덜 먹으라고 성화이시면서도 큰아들 술을 받아주시러 다니신 양조장, 불쌍한 자식을 잠들게 하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시며 바라보시던 족제비골,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유택과 벌터 동네와 칠갑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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