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백석에 대하여.
천선꾼과 만석꾼처럼 백석꾼 에 나오는 백석이 아니라 시인 본명 백기행의 필명(筆名)인 백석(白石)에 관한 이야기다.
1912년생이니 1902년생인 소월(素月)보다는 10년 어리다.
그래도 잘 통했을 것 같다.
출생지가 이웃 간인 평안북도 구성과 정주이니 시(詩)로서 사랑을 나누는 관계였을 거라고 상상을 해 본다.
요즈음 읽은 몇 권의 책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김소운, 피천득, 박완서 님의 수필과 산문을 읽으면서 글에 등장하는 유명 인사들에 관한 뒷이야기다.
진실한 면면은 정부(正否)의 두 갈래로 나뉜다.
인물에 따라 그랬구나 하는 감탄이 나오는 경우가 하면 설마 그럴 리가 있나 하는 탄식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먼저, 긍정과 감탄의 경우다.
우리가 평소 생각했던 것 보가 훨씬 더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셨다는 백범 김구 선생님과 도산 안창호 선생님 같으신 분들이다.
작가님들께서 직접 대면하면서 겪은 일이라던가 간접적으로 알게 된 것들을 예로 들면서 대단한 애국자들이시라고 깍듯하게 예를 갖추고 있다.
다음, 부정과 탄식의 경우다.
우리가 애당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의외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소파 방정환, 춘원 이광수, 김일엽 시인 같은 사람들이다.
작가님들께서 직접적으로 알게 된 것을 밝히면서 어쩔 수 없이 압박하는 현실에 수긍하는 것을 넘어 아호조차도 그런 식으로 써가면서 적극적으로 변절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실망스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어떤 인물과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나름대로 평하자면 난관에 봉착할 때가 있다.
사상과 이념이 곁들여지면 더욱더 그렇다.
친로, 친중, 친미, 친일, 친북을 구분하고 누가 거기에 서 있었느냐며 아픈 과거를 들추면 그 시대를 살아온 선조들이나 그 후손들 누구도 거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텐데 그렇다고 아무래도 괜찮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하여 머리가 복잡해진다.
시(詩)는 나의 전문 분야가 아니지만 수필/산문/소설과 여행/지리와 관련된 책 10권을 사면 1권 꼴 시집도 구입해서 본다.
주로 수필가나 소설가들이 수필이나 소설에서 언급하는 시가 있는 시집이거나 시를 쓴 시인에 관심이 있어서 찾게 되는 시집이다.
지난달에는 백석 시인의 시집 “사슴”을 구입해서 작품을 감상했다.
000권 한정판이라는 일련번호가 붙어 있었다.
시집 외양도, 내용도, 구성도, 시어(詩語)도 옛날 그대로서 달린 주석을 보고 이해하거나 사전을 찾아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시대를 거치면서 조금 변형된 훈민정음을 보는 것 같았다.
백석은 월북 작가다.
원래 고향이 평안북도이니 지정학적으로만 따지면 갈 곳으로 간 것인지도 모르지만 남쪽에서 살다가 북쪽으로 갔으니 그렇게 부르는 것일텐데 사상과 이념 성향은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월북작가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런 것은 사실이다.
전후세대(戰後世代)이자 철저하게 교육받은 반공세대(反共世代)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지금이야 우리들 필요에 따라 예술가의 작풍성이나 예술성만 볼 수 있지만 그렇게 자유롭게 된 것은 얼마 안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가와 작품의 주변 상황도 많이 참작해야만 했다.
일제수탈의 침략과 민족상잔의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인데 그게 치유되려면 더 많은 세월이 흐르고,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백석과 그의 작품이 해금(解禁)되긴 했으나 아직도 좀 어색한 면이 있다.
시집을 조심스럽게 읽어봤다.
맘에 와 닿는 것이 많고 컸다.
과연 웬만한 작가라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 무리가 아님을 담박에 알아차렸다.
시집에 나오는 시가 몇 편 안 되지만 참으로 인간적이고, 서정적이고, 향토적인 내음이 물씬 풍겼다.
대원각(길상사) 수천억 원의 재산을 아무런 조건 없이 법정 스님을 통하여 불가에 시주하면서 그 분의 시 한 줄만도 못 하다고 했다는 자야 님의 이야기가 생각나 그럴만도 했겠구나 하여 가슴 뭉클했다.
그 시인에 대한 평가와 진가도 새롭게 되는지 “백석 평전” 출간했다는 안도현 시인의 기사가 실렸다.
안 시인도 사상과 이념문제로 인하여 고생을 좀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부 심정은 과부가 안 다고 비유할 것이 아니라 옥의 진가는 옥을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비유해야 맞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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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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