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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노쇠(老衰)

by Aphraates 2016. 1. 14.

청년, 장년, 노년 관계가 묘하게 돌아간다.

세대 갈등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무래도 시대적 흐름과 국가사회와 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다.

 

 

청년들은 괴롭다.

시회 진출이 불투명하자 6학년이니 7학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에 마지 못 해 졸업을 하면 악몽이 현실로 되어 백수 신세를 몇 년이고 면할 길이 없다.

천신만고 끝에 유수 대기업에 입사를 해도 20대에 명퇴를 당하는가 하며 수 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미관말직의 고시에 합격하여 가보면 최저 생계비 조금 넘는 봉급에 기가 팍 죽는다.

 

 

장년들은 그런 걱정할 겨를조차도 없다.

자기를 바라보는 입이 몇 개라는 것을 생각하면 체면이고 뭐고 없이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하면서 그나마도 일할 것이 있어 다행이라고 안도를 해야 한다.

 

 

노년들은 서글프다.

각고의 노력으로 오늘을 있게 만들었더니 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인줄 알고 그 때는 그 때기 지금은 지금이라면서 우리들 살기도 바쁘니 알아서들 살라고 등을 떠미니 원통하고 비통하지만 한 수 없이 근근한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사정이 이럴 진데 가질 거 다 갖고 누릴 거 다 누린 연만하신 분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고 정치에 입문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는 현상을 어찌 생각해야 할 지 난감하다.

진정이라고 하는데 아니라고 하면 서운할 테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낯간지럽고, 무관심하자니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걱정이 앞선다.

 

 

장년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정치권에서 젊은 피를 수혈한다고 했을 때 못 마땅했다.

뭘 제대로 알지도 못 하는 애송이들이 와서 뭘 하겠느냐는 걱정이었고, 실제로도 그들이 들어와 좌충우돌하여 질서를 흩뜨린 폐해도 적지 않았었다.

하지만 노년 그룹에 서 있는 지금은 생각이 정반대로 변했다.

젊은 피를 수혈하는 정도가 아니라 젊은 피가 그 이상으로 모든 것을 주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노년 그룹은 고려장 신세가 돼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그건 아니다.

노년은 노년 나름대로 역할이 있는데 그 것은 드러나지 않는 후견인으로 청장년들한테 힘을 보태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의욕이 앞서고 걱정이 많아 과욕을 부리면 그게 바로 노욕(老慾)이 되는 것이고, 그만큼 활력이 떨어지고 노쇠화 되는 것이다.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질 게 아니다.

하루바삐 그 터널을 빠져 나갈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화합과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청장년은 역동성 있이 앞에서 견인하고, 노년은 노련하게 뒤에서 후원하는 시스템과 양식이 필요하다.

 

 

충청인(忠淸人) 들도 유념해야 할거다.

어렸을 적에 들은 충성 충(忠)과 버러지 충(蟲) 이야기가 상기된다.

 

 

어른들은 뒤에서 영양가 있는 공정한 훈수나 뒀으면 좋겠다.

좋은 게 좋다고 줏대 없이 이리저리 끌려 다니면서 이용만 당하지 말고 충절의 고장과 양반기질을 살려야 한다.

때만 되면 중원의 중요성이라고 부추기지만 바꿔 말하면 보는 O이 임자라는 무주공산 개념인 것이다.

다른 데서는 바람이 서서히 일고 있지만 여기는 태풍의 눈처럼 조용한 가운데 여기저기서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군불을 지피는 것 같은데 OOO라는 기본 인식하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거센 바람에 휩싸여 들러리를 서다가 바람이 잠잠해지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안 되려면 몰이꾼들의 술수를 읽고 대처를 잘 해야 한다.

 

 

환갑 지간 다 지난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첫걸음질 한다?

백세 인생 후렴이나 계속 불러야 할 사람들이 막후 역할을 한다고 나선다?

30대 국회의원에 40대 초반 대통령이 이상적이라는 말은 너무 비약된 것 같지만 노년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뭔가는 앞뒤가 안 맞는 것이자 노쇠 현상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오늘은 구역회가 있았다.

신년회 겸이어서 회장단 분들께서 방문하시어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역대 선배 회장으로서 부탁의 말씀을 드렸다.

여러 가지 어려운 여간 하에서도 열심히 해 주시는 것에 감사드리면서 신앙과 관리측면에서 뭐고 긍정적이고 잘 되는 방향으로 일들을 하시면 그 결과는 당신께서 행한 대로 갚아주실 것이라 말씀드렸다.

그리고 노쇠한 공동체를 탈피하기 위하여 인재난 속에서도 젊은 사람들한테 일을 맡겨 추진토록 하고 어른들은 뒤에서 팍팍 밀어주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라 제안을 하였더니 모든 분들이 공감을 하셨다.

시스템적으로 환경적으로 노쇠화 하는 현상을 막을 수 는 없는 일이지만 일하기 쉽다고 자꾸 기존 인물들한테 의탁하다보면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그런 말씀을 드렸는데 요즈음 정치권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인재영입을 모방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터득한 경험론임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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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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