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선착순

by Aphraates 2018. 1. 4.

선착순(先着順)은 싫다.

 

눈치도 좀 있고, 몸동작도 빠른 편이어서 선착순을 하면 남들보다 처지지는 않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선착순은 구태의연한 방법이다.

우격다짐에, 주먹구구식에, 막무가내에, 골탕 먹이기라는 좋지 않은 선입감이 있다.

싫어하는 것이지만 의무적으로 또는, 타의에 의해 자주 해봤다.

()을 생활한 군대에서는 선착순을 밥 먹듯이 했다.

사회에서도 곳곳에서 행해지는 선착순에 어쩔 수 없이 참가도 했다.

 

안 해도 될 것 같으면 자발적으로 선착순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길가 상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선착순 하는 것을 종종 본다.

오늘은 특별히 몇 분에 한해서 한정 판매한다고 한다.

크게 인심 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 때는 반대로 생각해도 틀리지 않는다.

잘 안 팔려 뒤에 많은 물량이 재고로 쌓여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

전단지에 대문짝만한 글씨로 선착순으로 분양한다는 것도 비슷하다.

어지간히도 분양이 안 되는가보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

선착순은 합리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못 한 낡은 방법이다.

간편하긴 하나 잘 먹히지도 않는다.

공급 물량은 적고 수요 물량이 많아 양측 다 충족을 시키지 못 한다면 좀 더 나은 방법으로 배분을 해야 하는 것이지 밤샘 줄을 세운다거나 달리기 시합을 시키는 수준이라면 후진적이다.

눈치 코지 없고, 동작 느린 사람은 노상 선착순에 탈락하여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그런 물리적인 방법은 얕은 수법의 장삿술이자 편리성을 도모하는 것이니 지양되었으면 한다.

경쟁이 심하면 다 접수를 받아 놓고서 공정하게 추첨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지 봉숭아 학당 손들기 경쟁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모양새가 영 그렇다.

 

오랜만에 선착순을 해봤다.

얼마 전부터 준비하고 기다리던 것인지라 생각하는 대로 우수한 성적으로 당첨권에 들었지만 하면서도 좀 한심했다.

공공기관에서 선착순을 하는 것이 맘에 안 들었다.

내 돈 내면서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오늘의 선착순도 영 못 마땅했다.

선착순을 시작한지 30분도 안 돼 마감돼버렸다.

그만큼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만한 수요가 있다는 것이니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자리를 늘려 참여 기회를 넓혀주는 것이 급선무다.

만약에 그게 어려우면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일정 기간 희망자 접수를 받아 한 번에 공정하게 추첨을 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 같은데 시정돼야 한다.

명절 때 고속도로가 막힌다고 하루 종일 방송만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OO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런 낡은 방법으로 선착순을 하는 것은 이 디지털 시대에 안 어울린다.

 

전문가답게 했으면 한다.

그들은 밥 먹고 하는 것이 그 일이다.

공급자로서 수요자에게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거꾸로 수요자가 공급자한테 매달려 사정하는 격이라면 고객만족을 최우선시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합작  (0) 2018.01.06
침이 꼴깍 꼴깍  (0) 2018.01.05
MM  (0) 2018.01.03
낭보  (0) 2018.01.02
초(初)  (0) 2018.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