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는 이 없고, 보는 이 없는데 혼자 축배를 들며 미소를 짓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좀 꼭지가 덜 떨어진 사람들이나 하는 짓 같다.
그러나 생존 경쟁이 치열한 요즈음처럼 작은 것도 크게 보이도록 노력하는 자기 피아르 시대에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닌 듯 싶다.
주책스럽거나 사술(邪術)이 낀 양태로 자화자찬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하지만 변하는 세상에 O이 자기 머리 깎을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해도 좋을 일을 일찌감치 부터 포기하고 주저 앉는 것은 성공적인 인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올 해는 어떻게 자축 축포를 터트립시다.
자나 깨나 서방님을 위하여 기도하는 일과를 낙으로 여기는 데보라가 미당 선생의 축일 (祝日, Aphraates, 4.7)을 맞이하여 새벽 미사에 가자고 한 것이다.
쑥스럽게 왜 그러느냐며 안 그래도 당신 맘 잘 아니 혼자 다녀오소 하는 말을 들을지 뻔히 알면서도 한 번 넌지시 던져 본 것이다.
결론은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제의를 정중하면서도 가볍게 거절한 것이다.
그렇다고 낙담하거나 거드름필 것이 없다.
아내의 바람이 간절하고, 그를 고맙게 여기는 남편의 마음이 한결같기 때문이다.
새벽에 눈을 떠보니 데보라는 성당에 가고 없었다.
늘 그 시간 4시 50분 경이지만 오늘 축일에는 어쩌면 더 일찍 나갔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잠시 주모경(主母經) 기도를 통하여 좀 차가운 성당에 앉아 기도를 할 데보라와 통공(通功)을 하였다.
부활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면서 저승의 모든 이들과 이승의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주시라 청하였고, 데보라와 아프라아테스라는 본명으로 영세를 받고 기빠히던 우리 부부가 좀더 하느님께로 다가가도록 이끌어주시라고 청하였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잘 살고자 노력하고 있는 우리 부부를 내려다보시고 미소를 지으실 아버지와 어머니, 장인과 장모님, 형한테 더 노력할테니 아무런 걱정하시지 말고 당신들끼리 잘 지내시라고 부탁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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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