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제주도 서귀포에 갔을 때다.
월드컵 경기장 이야기이니 2002년 이후였던 것 같다.
차를 타고 지나다 보니 월드컵 경기장의 아름다운 돔형 지붕이 이상했다.
주변과 경관조화(景觀調和)를 맞추기 위하여 일부러 그렇게 설계하여 올린 것처럼 예술적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잘 못 돼서 반쪽이 날아간 것도 같고 한 것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옆으로 언뜻 지나치면서 본 것이라 그럴 수도 있었을 것다.
일행들과 해변가 식당에 들어가 갈치 정식을 주문하고 준비하는 동안에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지붕이 원래 그런 것인지, 무슨 사고인지를 물었다.
경상도 댁만큼이나 시끌벅적한 주인 아주머니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원래 그렇기는요. 지난 태풍에 날아갔는데 쉽게 복구가 안 되는가 봐요. 아마 처음이 아닐걸요. 그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하다 보니 그냥 무관심하게 방치되는가봐요” 라고 하였다.
하마터면 지붕이 날아간 것을 보고 예술적이라고 말할 뻔 하여 물어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귀포 것에 비하면 대전 월드컵 경기장은 양반이다.
모양새는 안 나도 큰 탈은 없었던 것 같다.
호남 고속도로 유성 톨게이트 전면에 떡하니 육중하게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월드컵 경기장이나 마찬가지로 한일 월드컵 당시 국제 경기 몇 번 한 것이 최고였지 그 이후로는 쓰임새가 별로 없어서 활용 방도를 찾느라 고민이라고 했었다.
지금도 사정은 비슷한 것 같다.
어쩌다가 국내 프로 축구 리그가 벌어지는 것 이외는 차량 등록사업소나 다른 운동 종목에 별도로 조금 쓰이고 있는 실정이란다.
경기장이 변두리 외진 곳이기도 하고, 마땅히 활용할만한 것이 없단다.
당시 이천 몇 백억인가 하는 건비가 들었다고 했는데 아깝다.
그래도 자동으로 폈다 감았다 할 수 있다는 지붕이 날아갔다는 소리는 없으니 다행이다.
제주도처럼 태풍 길목에서 버티느라 욕보는 수고를 안 해도 되는 대전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제주도에서는 걸핏하면 지붕이 날아간단다.
그 것도 삼다도(三多島)라고 해서 특별히 고안되었다고는 하나 허술한 초가지붕이 아니라 현대 공법으로 견고하게 지어진 공공기관 건물 지붕들이 그렇다는 볼멘소리다.
예술 작품인지 고장 난 건축물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도 그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 번 태풍에는 경기장 지붕이 어땠는지 모르지만 다른 공공 건물들 중에 지붕이 날아간 사례가 있는가보다.
“초가집도 견뎠는데” 하는 현지 로뽀 기사가 재밌다.
태풍 등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제주도나 일본 사람들은 강력한 태풍에 만성이 되고 단련이 되어 웬만한 지붕 날아가는 것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세상 뒤집을 것 같은 위력을 가진 태풍도 일단 올라오면 흐물흐물해지는 육지나 대륙에 있는 사람들은 그게 아니다.
바람에 간판 하나만 떨어져도 이 거 큰일 났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아니다.
지붕 아래로 날아간 지붕이다.
심각한 것이다.
허허, 그런 일도 다 있네
라고 하면서 가볍게 넘기다가는 무슨 역습을 받을지 모르니 제주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우선 대전부터 허술한 부분이 없는지 걱정해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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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