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한 번 쿡 눌렀다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피시 속도가 좀 느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럴 때 독지가가 나타났다.
어찌나 친절한지 아프면 아픈 대로, 가려우면 가려운 대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할 것 같았다.
피시를 업그레이드시켜 속도를 빠르게 해 준다는 안내 이메일을 받고 그냥 넘어가면 호의를 무시하는 것이자 피시한테도 예의가 아니다 싶었다.
협력자처럼 나타난 그가 반가웠다.
어쩌면 그렇게 답답한 이 심정을 알고 적기에 나타났는지 신통방통이었다.
조금도 망설임이 없이 기분 좋게 하라는 대로 마우스를 쿡 눌렀다.
그 때부터 전쟁이 시작됐다.
영어 원문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그러다 말겠지 하고 날아오는 대로 지워가면서 피시를 사용했는데 그러기를 1주일도 넘었다.
순순히 물러설 애들이 아니었다.
얕은 백신 지식을 총동원하여 치료를 하고 방어를 했다.
그놈들 생명이 길기도 하고 끈질겼다.
돈을 내면 속도를 빠르게 해주겠다는 사탕발림 스팸 메시지가 날아왔다.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삭제도 많이 시켰지만 스팸의 본 프로그램은 삭제되지 않고 삭제할 수 없다는 메시지만 떴다.
작심하고 죽자 사자 대드는 놈들을 당할 수가 없다.
천생 전문가를 불러야 할 것 같다.
날아오는 대로 지워가면서 그럭저럭 피시를 사용하고 있지만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쏙 나타나 돈 내면 업그레이드시켜준다는 메시지 때문에 판이 흐트러져 짜증이 난다.
좋게 해 주고, 돈 주겠다는 한마디에 홀딱 넘어가 돈을 뜯긴 보이스 피싱과도 비슷한 것이다.
공짜 좋아하다가 한 방 된통 얻어맞은 격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조금이라도 유념했으면 아무 생각 없이 마우스를 쿡 눌렀다가 이런 수모와 불편은 당하지 않을 텐데 공짜 좋아하다가 이마빡 벗겨진 꼴이 돼 좀 창피하다.
전혀 다른 길을 가다가 멈칫거리다가 미국인지 유럽인지 모르겠으나 해외로 연구 유학을 간 모모 님이 생각난다.
이런 스팸을 바로바로 잡아주는 백신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도 국가와 민족에 큰 봉사를 하는 것인데 어쩌다가 이상한 길로 들어서서 그 고생을 하다가 그 먼 곳으로 간 것인지 안타깝고 아깝다.
앞으로의 행보가 어찌 될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백신 하나 개발했다고 그게 뭐 대수냐는 소리를 안 들으려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경기에 참여했다 실패하거나 뒷전에서 동향을 살피던 흘러간 선수들이 재출전하여 다음 경기에 도전하겠다고 야단인데 그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연구와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소용돌이치는 국내 판을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앞길이 구만리 같다.
아직은 재등장할 때가 아닌 것 같으니 백신 개발과 치료를 더 하면서 관망하는 편이 훨씬 나을 거 같은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것이니 예측 불허다.
눈이 아닌 비가 올 때는 아닌 것 같은데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 날짜로 월평동 사제관과 정림동 OB 회동이 마무리되고, 오늘 미사와 사목회 이후로는 귀향(歸鄕)만 남았다.
들썩이는 명절 분위기는 아니지만 조상님들 은공에 감사드리고, 헤어졌던 가족들을 만나 회포를 푸는 기쁨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무심결에 쿡 누른 마우스는 탄탄대로의 행운일 수도 있고, 험난한 길이 열리는 불운일 수도 있으나 어떤 조건과 상황일지라도 귀향은 소중한 본능이니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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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