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끄물끄물하다.
북쪽에는 눈이 제법 온단다.
춥지도 않고, 바람도 없다.
오(吳) 가수의 딱 좋은 나이가 아니라 누구에게 딱 좋은 날이다.
분위기가 딱이다.
거기에다가 별 건수가 없어도 절로 기분이 좋은 주말 전야 금요일이다.
이 것 저 것 산적한 현안 문제들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주당으로서 본분과 체통을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는 일기불량이 아닐 수도 있다.
술술 잘도 넘어가 폭탄 돌리기 좋은 날이다.
한데 미당 선생에게는 다 그림의 떡이다.
두 번씩이나 일정이 일그러져 계획됐던 임프란트 시술은 못 하고 대신 뿌리만 간신히 붙어 있으면서 심심하면 괴롭히던 위 이 하나를 빼고 왔다.
안내문에 발치 후에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금주와 금연은 필수라는 대목이 목에 가시 걸리듯이 탁 걸렸다.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기름통을 짊어지고 불 섶으로 뛰어들 것은 아니니 본의 아니게 당했다.
그래도 참는 게 약이다.
오늘 구역회의 갈마동 왕쏱뚜껑 회동도, 내일 지인들과의 돌솥밥 모임도, 모레 내사촌+외사촌 형제들의 대천 어항 회합에서도 술은 어림도 없다.
소맥 폭탄 동반자로 자리 매김한 삼겹살을 비롯하여 육해공군(陸海空軍) 중에 몇 볼테기 우물물하다 말아야 할 형편이니 약이 오른다.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 심리조절)이 필요하다.
손해지도 감수해야 한다.
스스로 자초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서운해 하지 말고 손해가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현명한 것이다.
오고가는 소주 잔 속에 싹트는 사랑과 우정도 넘어가는 것 없이 먹는 입만 쳐다보면서 말로만 하게 됐으니 그 고충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십 보 전진을 위하여 일 보 후퇴하는 것이지만 주당으로서 당당하게 누리던 권리와 그윽한 낙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모모처럼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안타깝다는 말만 반복하여 정체성이 뭐냐는 비판을 받는 진퇴양난의 처지는 아니니 얼음 마사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늘어진 볼을 내밀며 당당하게 “금연은 벌써 완결됐고요, 오늘은 금주입니다”라고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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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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