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는 아파트의 새벽은 비교적 단순하다.
조용한 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한 밤중이다.
보통 사람들이 꿈속일 때 벌써 한소끔 일을 끝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장국을 먹으며 시세(時勢)를 이야기하는 특별한 사람들의 역동적인 경매장 같은 곳하고는 사뭇 다르다.
어두울 때 후진하는 대전 도시공사의 대형 차량 두 대 소리가 지나가면 서서히 동이 튼다.
바로 소형 야구르트 전기차 소리를 시작으로 어디론가 가는 몇몇 아파트 주민들 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성경 봉독과 묵상을 마치고 피시를 켜고 전화기를 확인하면서 창문을 통해 밖을 보면 동녘이 터 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의 비슷한 시간에 신문 던지는 소리가 들린다.
쓰던 글을 멈추고 현관문을 삐쭉 열고는 K&D 신문을 들여온다.
동시에 바깥을 힐끗 쳐다보면서 오늘 날씨가 어떤지 순간적으로 느끼고 판단한다.
1995년 입주 시부터 쭉 이어온 향촌 댁의 새벽 모습이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얼리 버드(Early Bird, 일찍 일어나는 새) 모드다.
얼리 버드가 건강한 생활인의 모습인지, 신선함을 유지하는 생산성인지, 부지런한 조조할인(Early Bird Discount)의 이득인지. 곤한 잠을 깨우는 성가시런 것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좋은 측면으로 보는 것이 많을 듯 하다.
물건을 사던 안 사던 활력 넘치는 그 분위기가 좋아 종종 갔었다.
언젠가부터 발길이 뜸해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발길을 뚝 끊은 상태다.
밤이슬 맞고 다니거나 새벽바람을 맞거나 하는 비율이 비등비등했었는데 팍 줄어든 밤 행차보다도 새벽 행보는 더 줄어들었다.
건강과 변화를 위해서라도 제발 전에 하던 대로 만보기(萬步器)라도 차고 나가라 하지만 선뜻 응해지질 않는다.
맘에 안내키는 것을 억지로 하는 것도 그런지라 그래야 한다는 당위성만 인정하는 것으로 끝나곤 한다.
생산-유통-소비 측면에서 좋은 그림이자 긍정적인 현상인 거 같다.
상큼한 공기를 마시고, 맑은 머리를 굴리고, 경쾌한 몸동작을 하는 얼리 버드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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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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