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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by Aphraates 2019. 2. 12.

여기저기서 어지간히도 입방에 오르내렸다.

반대 측에서 어지간히도 붙잡고 늘어졌었다.

그 주인공인 탁() 님이 탁 차고 나가더니 탁 하고 한 마디 던졌다.

아는 사람들은 옳다면서 탁 하고 무릎을 쳤다.

그런 줄을 몰랐던 사람들도 그랬구나 하고 자기 얼굴을 탁 쳤다.

 

탁 님에 대해서 잘은 모른다.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밀당하는 바람에 아까운 인재를 놓친 것 같다.

구중궁궐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버스를 타고 그 옆을 지나거나 새삼스런 서울 투어 여행 시에 경복궁 홍보관에 들렸을 때 지금 의왕 큰집에 계신 분을 배경으로 하여 사진을 찍은 것이 고작인 청와대(靑瓦臺)이지만 탁 님의 영빈관, 구민회관보다 못해라는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권력 핵심부인 그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그 안에 사시는 대통령 내외분을 비롯하여 공무원들은 매일 금으로 된 식기에 산해진미의 진수성찬을 즐길 거 같은 막연한 생각을 가질 수가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것은 직접 두 눈으로 확인을 안 해도 탁 님의 한 마디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전에 방송인 출신 여성 부대변인이 뭔가 때 묻은 붕대로 칭칭 감은 낡은 것을 책상에 올려놓으면서 재미나게 이야기할 때 애처로웠다.

넉넉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임금님이 사시는 궁에서 저럴 수가 있는가 하여 놀라 적이 있었는데 불편한 진실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위로부터 허례허식을 삼가하며 근검절약함 솔선수범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해야 할 것은 눈치 볼 거 없이 과감하게 해야 한다.

엿 장수 엿 한 가락 더 먹는다는 식으로 우선 당장 우리 배부터 채우고 보자고 나온다면 질책을 받아 마땅하겠지만 그런 낮은 수준이 아니라면 보장해줄 것은 보장해줘야 더 일을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베일에 싸여 신비롭게 사는 것 같은 궁()의 사람들도 결국은 직장인이고, 세계 10위권 국가의 위상이라면 국가 원수가 계신 곳에 대한 품격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예산 같은 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쓸 거는 팍팍 써가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더 큰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 줬으면 한다.

 

국회의원들 세비도 그렇다.

깎으라고 너무 몰아칠 것이 아니다.

자기들은 할 일을 못 하고 분란만 일으키면서도 꼬박꼬박 세비를 받아가고 흥청망처 해와 나들이 다니면서 희생당한 선량한 시민들을 불순 세력으로 규정하며 세금을 축내는 괴물이라고 거품을 품으며 고성방가 하는 작자들이나 자기들 맘대로 편을 갈라 저질스런 언어와 선동으로 분란을 획책하고 국민들의 아픈 곳을 찔러 대는 몰이배들은 한 푼도 아까우니 발가 벗겨 퇴출시키라고 비난할 것이 아니다.

지금은 일하는 것이 영 탐탁스럽지 않아서 그렇지 그 막중한 국사를 다루는데 있어서 돈이 많으니 적으니 하는 것은 모양새가 안 좋다.

줄 거는 주고, 닦달할 것은 닦달해야 하는 것이다.

일을 못 하니 밥도 먹지 말라는 식이라면 그로 인한 후유증과 부작용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장(校長) 친구가 세종으로 이사를 했다.

 

살던 데서 살지 나이 들어 왜 거기로 이사한 것인지 걱정스러워 말했다.

집값은 누가 그렇게 올려놨는지 모르지만 집 주인들은 기분 좋겠다.

하지만 그 곳으로 이사 한 몇몇 집과 동네를 가보니 영 아니올씨다였다.

텅텅 빈 상가가 말해주듯이 생활여건도 그렇고, 오밀조밀하고 답답한 구도여서 우리 같은 노땅들은 못 살 거 같았다.

사실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몇 번 가 본 인상이 그렇다고 했다.

 

친구가 말을 받았다.

이사 간 자기 동네 안 좋다는 소리는 못 하지만 은근히 불만이었다.

여러 가지로 안 맞지만 좋은 것이 하나 있다고 했다.

자랑할 것이 별로 없을 거 같은데 뭐 발가락이 닮았다고 하려는가 하고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귀를 기울였다.

 

친구가 말을 이어 갔다.

다른 것은 모르겠다.

좋은 것이 하나 있는데 동사무소를 다목적 회관으로 으리뻑쩍지근하게 지어 놔 그를 이용하는데 세종 시민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거기에는 없는 것이 없다.

한 번 들어가면 행정, 민원, 운동, 사교, 공부는 물론이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런 소리는 전에도 먼저 그 곳으로 이사 간 지인한테서 들은 적이 있다고 전제하고는 말을 했다.

신도시는 거기 뿐 아니라 대전 어디든 또, 전국 어디를 가든 동사무소나 면사무소를 가 보면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그렇게 잘 돼 있을 수 없는데 자기 동네만 그런 줄 알다니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반박을 했다.

 

최말단 행정기관도 근무자와 내방객을 위해 시설을 잘 해 놓는다.

그런데 최정점인 청와대가 그리도 근근하다니 매우 역설적이다.

공무원 체계를 보면 서기보(9), 서기(8), 주사보(7), 주사(6), 사무관(5), 서기관(4), 부이사관(3), 이사관(2), 관리관(1), 차관보, 차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이다.

5급 동장(洞長)이 책임자인 복지관도 번들번들한데 그보다 9단계 위인 대통령 궁이 그렇게 초라하고 구차해서야......,

사람이 뭘 하는 것은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이다.

감각 있이 앞서 가는 탁 행정관의 볼멘소리가 아니더라도 충성심과 애국심과 사명감을 갖고 일만 잘 하라고 닦달할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배려도 필요할 것이다.

 

탁 님,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다가 일손을 놓으니 심심하시다고요.

그러실 것이오.

다 겪어 본 나머지요.

하나 아직은 아닌 것 같으오.

전공을 살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셔야지 노땅들 흉내 내며 낙향할 것이 아닌 듯 하오.

적당히 휴식을 취하시고 에너지를 충전한 연후에 다시 일어서야지요.

 

어제 향촌+파랑새+세종의 왕솥뚜껑 사노(四老) 연석회의에서는 구인난을 겪고 있는 곳으로 달려가 돈도 벌고 건강도 챙기는 우리들을 스스로 축복하는 웃픈 장면을 연출했다오.

또 한 갑이 한참 지난 박()베드로 아우님의 거리 순시 경찰 도우미로 출근하게 됐다는 재취업을 축하하면서 아직 한 갑도 안 된 김() 토머스 아우님이 하던 리모델링과 목수 일을 그만두고 귀향한다 하여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 전하자고 만장일치로 의견 통일을 이루기도 했소이다.

 

노땅들이 얼찐한 김에 일갈도 했다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나이가 있어 아직 한 창 일할 때인데 건방 터지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시골로 가서 집 짓고 농사짓겠다니 그 거는 아니 될 말이니 만류하자고 한 것이오.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데 는 미당 선생의 지난 1월 말의 전직(轉職) 과정에서 절실하게 느끼고 반성한 것의 영향을 받기도 한 것이오.

연하의 경영주 분들과 면담하면서 저는 나이도 있고, 일손을 놓은 지도 꽤 됐으니 가능하면 비상근으로 해주시지요하고 요청했다가 당했다오.

그거는 아니시지요. OOO 고문님과 XXX 부사장님과 △△△전무님도 여기 계시고요. 아실만한 까마득한 선배님들도 현장을 뛰고 계십니다라고 빙그레 웃으시면서 하시는 말씀에 그 중에서 가장 나이 적은 졸병 신분으로서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었거든요.

결국은 그 선배님들 참 대단하시다고 중얼거리면서 그럼 저도 현장을 피할 수는 없을 거 같다고 항복하고는 근로 계약서를 쓰고 왔다오.

언제 어디로 호출을 당할지 몰라 그 거 참하는 긴 한숨을 내쉬는 좌불안석 상태가 됐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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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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