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이라면 산자수려하고 인심 좋은 동네로 와 닿는다.
충청도와 강원도와 경상도 색채가 골고루 풍기는 첩첩산중에 있는 오지 중의 오지이면서도 뭔가는 있을 것 같아 맘이 끌린다.
그러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든다.
충주댐을 막는 바람에 수몰 지역이 되어 새로운 정착지로 된 지금의 단양 읍내이고, 그 유명한 단양 팔경의 하나인 도담삼봉도 물에 잠기거나 가뭄에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 예전처럼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내세울 것이 있다면 마늘 정도다.
그마저도 양념으로 좀 쓰인다.
또 거기가 아니더라도 전국에 마늘 주산지가 곳곳에 있어 단양의 특산품이라고 내세우기에는 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연휴를 마치고 삼천포로 귀임하면서 딘양을 거쳐 내려왔다.
평상시의 지리산 길보다는 배가 넘는 거리에 소요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그 길로 가보고 싶었다.
그럴만한 작은 이유는 뒤에서 나온다.
시간이 허락하면 소백산과 안동 일원을 들린다는 계획이었지만 너무 먼 거리에 시간이 촉박하여 그 근처를 지나치는 것으로 갈음하고는 후일을 기약했다.
노선은 대전 향촌-경부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평택제천고속도로-금광 꽃동네-천등산 박달재-제천-북단양IC-단양/도담삼봉/단양장/남한강-중앙고속도로-월악산/소백산-영주-예천-안동-의성-군위-칠곡-대구-현풍-창녕-창원-함안-진주-사천-삼천포 향촌 길의 450km/8시간 30분 거리였다.
단양 일원은 여러 번 여행했다.
가장 최근의 여행은 5년여 전에 프란치스코 아우 차를 이용하여 데보라와 함께 은퇴 신부님과 성당 어른 두 부부를 모시고 쏘가리 매운탕 여행을 한 것이었다.
그땐 여행이라기보다는 경로효친의 안내원 역할이었다.
이번에는 둘이서 나선 것이다.
얼마 전에 데보라가 텔레비전을 통해 보고는 가보고 싶다며 메모지를 전해 준 마늘 만두 한 볼테기 맛볼까 해서였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조심조심했다.
한데 의외의 반전이 일어났다.
만두는 풍성한 다른 많은 것 중의 하나일 정도로 시장이 풍요로웠다.
가는 날이 장이라고 마침 단양 5일 장날(1일, 6일)이었다.
거기에다가 연휴를 이용하여 나들이 나온 관광객들까지 합세하여 단양 시장과 단양 읍내를 휘감고 돌아가는 남한강변(南漢江邊)은 사람과 자동차로 성시를 이뤘다.
코로나 방역도 철저히 준수되고 있었다.
시장 입구를 비롯하여 곳곳에서 기록부 작성과 체온 체크와 손 소독을 시행했고, 사람들은 거의 100%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땅에는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들과 국방색 제복을 입고 행글라이더를 타려고 기다리는 어른과 어린이들이 많았고, 하늘에는 행글라이더가 사방팔방으로 두둥실 떠다녔다.
시장은 굉장했다.
"오, 단양"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기대해도 좋으리만큼 활력이 팍팍 넘쳤다.
시장 곳곳에 마늘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손님들이 북적이거나 줄 서 있는 가게는 주로 마늘, 산나물, 메밀과 옥수수, 민물고기를 재료로 한 먹거리들이었다.
마늘 떡갈비, 마늘 강정, 마늘 만두와 찐빵 등 대부분이 마늘이라는 말이 앞에 들어갔다.
시장 가득한 사람들은 젊은 층들이 많았다.
노인들이 마늘 몇 단에 다 시든 나물 꾸러미 앞에 놓고 꾸벅꾸벅 조는 시골 장터가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상권으로 자리매김하여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 것이 역력했다.
마나님은 신났다.
장거리 운전하느라 어렵겠다고 서방님 걱정하면서도 살 것이 많다고 죽 둘러보자고 했다.
아무 대답도 안 하고 데보라 손을 이끌었다.
시간이 늦어서 적어도 200km/3시간은 야간 운행을 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흥분한 기분이 끊기지 않게 다음에 시간 여유를 갖고 다시 오자며 달랬더니 한술 더 떠 대전 사람들과 함께 와야겠다고 하여 고개를 끄떡였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차 안에서 마늘 만두와 메밀 붙임개로 점심 겸 저녁 식사를 했다.
입에 척척 달라붙는 것이 아주 흡족했다.
앞으로도 "오, 단양"이라는 찬사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여러 가지 약점을 잘 극복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우리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이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만 지방 자치가 잘 실현되고,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지역 리더들의 역할과 주민들의 근면과 자조와 협동의 새마을 정신이 유기적으로 잘 매칭되어 빛을 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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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