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보안 保安

by Aphraates 2020. 10. 27.

방역 조치가 엄중하다.

 

어디를 가도 출입하기가 번거롭다.

사람 보기가 귀하니 어서 오시라고 인사는 하지만 속으로는 혹시 댁은 코로나와 아무 상관 없느냐는 의심을 내포하고 있다.

차라리 안 들어가고 안 맞이하는 것이 속 편하지만 산목숨에 거미줄 칠 수는 없는지라 이겨내기 위한 갖가지 방법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조심조심 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는 자에게 복이 있음을 실천하고 있다.

목이 말라도, 앞뒤로 밀려와도 과정이 복잡하여 그냥 참았다가 집에 와서 시원하게 해결한다.

그 바람에 고속도로 휴게소는 한산하다.

단풍 나들이 철이다.

이때쯤에는 휴게소에 잠시 들렸다가 타고 온 버스가 어떤 버스인지 찾으려면 사방을 둘러봐야 했는데 올해는 그럴 필요가 없다.

울긋불긋한 관광버스 자체가 보이질 않는다.

보는 재미 먹는 재미가 없다.

드라이브 스루로 뭘 좀 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것도 만만찮아 않아 안 하고 만다.

 

출입이 까다롭다.

부득이하게 출입해야 하는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작은 식당이나 찻집에 가도 방역 조치가 꼼꼼하게 이루어진다.

마스크를 쓰고, 화상과 측정기로 체온을 체크하고, 손 씻고, 방문 기록부를 적는다.

그에 걸려서 못 들어가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모든 사람이 그 규칙을 지킨다.

강제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나로 인하여 코로나가 전파되거나 감염되지 않고,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번거롭고 불편하더라도 잘 지킨다.

그 결과가 바로 모든 나라가 부러워하지만 따라 하기 어려워 중도 포기한다는 K 방역이다.

무엇보다도 생명이 소중하니 하면 되는 것인데 왜 안 하여 엄청난 인명 손상을 가져오느냐고 말하지만 자유분방하여 통제를 잘 모르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견뎌내기 어려운 것이다.

 

미당 선생은 전혀 불편함을 못 느낀다.

보안 유지와 비밀 준수가 체질화된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를 잘 지킴으로서 밥이나 술이 나오는 것은 아니나 그를 안 지키면 가진 밥풀 하나나 술 한 방울마저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군이나 직장에서 보안이 생활화되다시피 했었다.

지금도 그런 일이 있으면 솔선수범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현재는 과거의 연속 선상에 있다.

삼천포 발전소 현장으로 오고 얼마 안 돼서부터 코로나 때문에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돼도 아무런 불만 없이 잘 지키고 있다.

진주를 위시한 인근 다른 곳에서 발생한 적이 있었다지만 여기서는 한 건도 없었다.

하루에도 전국에서 모인 수천 명의 사람이 출입하는 이곳에서 만약에 코로나가 발생했다면 큰일이었을 것이다.

아직도 건재한데 그만큼 잘했다는 이야기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보안도 덩달아 강화됐다.

출입 때에 모바일 카메라 전·후면에 촬영금지 스티커를 붙이는 일과 그를 확인하는 과정이 늘어난 것이다.

정보통신이 발달한 지금은 어지간한 것 같으면 자판 몇 번 두드리거나 마우스 긁어대면 아주 일목요연하게 알려줘서 큰 비밀이랄 것도 없다.

보안에 신경을 안 써도 될 것 같은데 혹시 하나라도 누설되면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만사 튼튼은 기하는 것이다.

 

군사문화에 길든 세대는 보안 세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이나 현직 재직 때 보안 통제가 어지간히도 심했다.

감사나 점검을 받거나 할 때 건수가 없으면 보안 소홀을 문제로 삼았다.

눈을 부릅뜨고 보면 안 걸리는 것이 없다.

서류 정리와 보관은 안전한가, 책상이나 출입 잠금장치는 완벽한가, 유사시 보안 대책은 철저한가, 보안 의식은 적절한가, 보안 교육과 서명은 제대로 됐는가......, 하면서 들추면 보안에 저촉 안 되는 것이 없다.

처벌도 무거웠다.

작전 실패는 인정해도 경계 실패는 용서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보안 문제를 들고나오면 골치 아팠는데 잘못하면 보안법에 따른 반국가사범과 이적행위자로 몰릴 수도 있었다.

특히 장교를 비롯한 직업 군인이나 회사 간부들은 보안에 저촉되면 치명적이어서 승진과 보직에서 불이익을 받아도 하소연할 수가 없었다.

 

그런 보안이 세월 따라 변모하고 있다.

보안 의식이 흐릿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육군 제대 때에 장시간 보안 교육을 받고, 공기업 퇴직 때에 깨알과 같은 글씨로 몇 장이나 되는지 모르는 보안 각서에 지장으로 꾹꾹 눌러 서명하던 것이 별 힘을 못 받는 것 같다.

은밀한 곳에서 있었던 일들이 내부고발이라는 이름으로 시골 사랑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오가고, 무덤까지 갖고 간다는 중요 기밀 사항들이 공익제보라는 이름으로 돈벌이나 보신용으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시스템이 달라진다고 하지만 저러면 안 되는 데 하는 보안 유지 사항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폭로되고 있다.

그것도 뭘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알고 얼떨결에 누설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아주 중요한 사항인 줄 잘 알고 솔선수범하여 보안을 유지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낱낱이 밝히고 있다.

만백성은 물론이고 세계 방방곡곡에 고한다.

 

보안을 철통같이는 아니어도 단디 지켜야 한다.

아무리 다급하고 궁지에 몰렸을지라도 밝힐 게 있고, 안 밝힐 게 있다.

언론 결사의 자유니, 표현의 자유니, 국민의 알 권리니 하면서 마구 들춰내는 것은 권리는 주장하면서 의무는 소홀히 하는 전형적인 이기주의가 아닌가 한다.

갈수록 보안이 느슨하다.

그래도 되니까 그리 흘러가는 것이겠지만 뭔가는 좀 부족한 것 같다.

 

전에 천안의 박() 대장님이 좌충우돌하는 모 건을 보면서 옛날 생각으로 삼청교육대 운운했다가 혼이 난 적이 있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앙정보부와 보안대와 사찰과를 거론할 것은 아니지만 뭔가는 개선 대책이 있어야지 이러다가 밑천 다 드러나게 생겼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원 願怨  (0) 2020.10.28
엿 잡슈  (0) 2020.10.27
오늘에서일지라도  (0) 2020.10.26
직통  (0) 2020.10.25
군수  (0) 2020.10.25